지난해 초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등 거시 환경 불확실성 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까지 불거지면서 향후 반도체 업황을 전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5G)·자율주행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최근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 제고 등을 통해 미래 반도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는 매년 한 단계 더 진보된 기술을 선보이면서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96단 적층 ‘CTF(Charge Trap Flash) 기반 4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96단 4D TLC(Triple Level Cell) 낸드플래시는 기존 72단 3D TLC 낸드플래시와 비교해 칩 사이즈는 30% 이상 줄고 웨이퍼 당 비트(bit) 생산은 1.5배 증가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쓰기와 읽기 성능은 기존 72단 제품보다 각각 30%, 25% 향상됐고, 전력 효율 또한 150% 개선했다. 또 SK하이닉스는 4D 낸드를 기반으로 올해 6월 세계 최초로 128단 1테라비트 TLC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양산에 나섰다. 128단 낸드는 업계 최고 적층으로 한 개의 칩에 3비트를 저장하는 낸드 셀 3,600억개 이상이 집적된 1Tb 제품이다.
D램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1y나노급 8Gbit DDR4 D램 개발을 완료했다. 이 제품은 기존 1x나노급 제품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되고 전력 소비도 15% 이상 줄여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을 갖췄다. 데이터 전송 속도 또한 DDR4 규격이 지원하는 최고 속도인 3200Mbps까지 안정적인 구현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PC와 서버 시장을 시작으로 모바일을 비롯한 다양한 응용처에 걸쳐 2세대 10나노급 미세공정 기술을 확대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SK하이닉스는 2세대 10나노급(1y) 미세공정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규격을 적용한 16Gbit DDR5 D램을 개발했다. DDR5는 DDR4를 잇는 차세대 D램 표준규격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차세대 시스템에 최적화된 초고속, 저전력, 고용량 제품이다. 현재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대 3,200Mbps 수준인 DDR4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개발한 DDR5 D램은 기존의 DDR4 D램보다 동작 전압이 낮아져 전력소비량을 30% 줄일 수 있는 동시에 전송속도는 5,200Mbps로 DDR4의 1.6배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DDR5 시장이 열리는 2020년부터 본격 양산을 개시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이후 연구개발비에만 연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기는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능력 확충 관련 대규모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 SK하이닉스는 지난 2015년 준공된 경기 이천 반도체 공장(M14)에 총 15조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2018년 10월에는 2조 2,000억원의 건설 투자가 집행된 최첨단 반도체 공장(M15)을 충북 청주에 완공했다. M15에는 기존 건설 투자를 포함해 약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증가하는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향후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약 448만㎡ 규모의 부지에 총 120조원을 투자해 4개의 반도체 팹(FAB)을 건설하는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이천은 본사기능과 연구개발(R&D), 마더팹(Mother FAB) 및 D램 생산기지로 조성하고, 청주는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 용인은 D램과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삼각 축을 구축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