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대기업도 박차고 책상 앞으로…노량진 접수한 '예비 9급'

■'160만원의 소확행'…9급 공무원 꿈꾸는 청춘

퇴사 뒤 재도전 '부메랑 공시생'도 껑충

"목숨걸고 공부하는 사람많아 대충해선 안돼"

지난달 합격발표 후 학원·자습실로 '우르르'

공무원 준비생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위치한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희조기자공무원 준비생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위치한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희조기자



“또 떨어지면 정말 답이 없어요.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합격해야 해요.”

지난달 29일 오전7시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최모(30)씨는 굳은 표정으로 역에서 나와 학원으로 향했다. 지난 2016년부터 3년째 응시해온 최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는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올해 국가 공무원 9급 공채 최종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큰 절망에 빠졌다. 최씨는 “올해도 합격하지 못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면서도 “내년 시험 전까지는 다른 공시생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9급 공시 열풍이 불면서 시험 준비의 메카인 노량진은 공부 열기로 들썩였다. 노량진에 위치한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며 9급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신지혜(24)씨는 “학원 자습실은 이른 아침에 가도 자리 잡기가 힘들다”며 “공시는 경쟁자가 많은 만만찮은 시험”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에 있는 한 학원의 관계자는 “노량진에서는 국가직 9급이나 경찰공무원 준비생 비율이 가장 높다”며 “5급이나 7급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배수진을 친다는 심정으로 9급 시험을 보는 경우가 꽤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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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준비생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공무원 준비 학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희조기자공무원 준비생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공무원 준비 학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희조기자


공시에 고졸할당제 적용이 예고되면서 고교생들도 공시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다. 앞서 정부는 1월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국가직 공무원 9급 채용에서 직업계고나 전문대 졸업생을 뽑는 지역인재 전형의 비중을 지난해 7.1%(180명)에서 오는 2022년 20%(약 500명)까지 늘린다고 발표했다. 서울 중구의 한 직업계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현(17·가명)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직후부터 9급 공무원 준비를 염두에 뒀다. 방학 중에는 스터디를 구해 노량진에서 형·누나들과 공부하기도 한다. 김군은 “지금부터 기본기를 다져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려고 한다”며 “대학에 가도 공시 준비를 할 테니 고졸 신분으로 치는 게 금전적·시간적 측면에서 이득”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에는 대학 시절 공시를 준비하다 다른 직장에 입사한 후 다시 공시에 도전하는 ‘부메랑 공시생’도 부쩍 늘었다. 3년간 광고회사를 다니다 최근 퇴사한 박재현(33)씨는 내년도 9급 공무원 시험 합격을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매일 오전6시에 기상해 자정에 잠드는 박씨의 하루 공부 시간은 13~15시간. 박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온 만큼 절박하게 공부해야 한다”며 “목숨 걸고 공부하는 젊은 공시생이 많아 대충 공부해서는 합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B 공인중개사사무소 게시판에 공무원 시험 일정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노량진 부동산에는 9급 공시생을 비롯한 공무원 준비생들의 문의가 많다. /이희조기자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B 공인중개사사무소 게시판에 공무원 시험 일정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노량진 부동산에는 9급 공시생을 비롯한 공무원 준비생들의 문의가 많다. /이희조기자


고향을 뒤로하고 혼자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 준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노량진에 위치한 B 공인중개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월세를 알아보러 오는 공시생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온 9급 공무원 준비생”이라며 “다음으로 수가 많은 것은 경찰·소방공무원 준비생, 7급 공무원 준비생, 5급 공무원 준비생 순”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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