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코스피 2,000 붕괴...전문가 증시 전망]"日규제보다 美 추가관세가 더 악재...1,950선이 1차 지지선"

기업 실적 둔화에 외부 이슈 덮쳐

안갯속 증시...이달 말까지가 고비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성 대응을

추가 금리인하 등 시그널 필요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의 악재가 쓰나미처럼 몰아치면서 국내 증시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무역보복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장 초반 주식시장이 급락했다가 이내 반등을 시도하는 등 투자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저점을 1,900포인트 중반으로 예상하면서도 당분간 국내 증시 상황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2일 코스피는 글로벌 무역갈등 격화 분위기에 2,000선이 깨졌다. 지수가 장중 2,0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1월4일 이후 7개월 만이다. 반등을 시도하며 2,000선을 오르내린 코스피는 결국 2,000선 아래서 마감했다. 코스닥도 약세로 출발해 장 초반 2.45%나 떨어졌다. 연중 최저점인 607.01까지 밀려 2017년 3월2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오후 들어 반등하며 플러스로 전환하는가 싶었으나 결국 하락률을 1.05%로 줄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개장 전부터 예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오는 9월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나머지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미중 무역협상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일본은 이날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상됐고 한국시각으로 오전10시께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최근 영향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북한이 이날 새벽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국내 증시에 득이 될 리 없었다. 여기에 코스닥 대형주인 신라젠(215600)이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공시하자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기업 실적이 둔화되는 상황에 한꺼번에 외부 악재가 밀려들자 증시는 힘을 잃었다. 잠잠해지는가 싶던 미중 갈등과 바이오주 악재의 영향이 무엇보다 컸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재가동하면서 코스피가 하락했고 신라젠 이슈가 코스닥 및 중소형주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순매도 움직임을 보인 외국인투자가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96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관련기사



오히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최석원 SK증권(001510)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삐거덕거린다는 게 좀 더 크다”며 “이 영향으로 유가를 비롯해 대만·닛케이·인도 등 글로벌 증시가 다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일본과 홍콩 증시는 2% 넘게 하락했고 중국 본토와 대만·인도·말레이시아 등의 신흥국도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제재로 주가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일단 코스피는 1,950을 전후로 지지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기에서 (하락폭이) 추가로 클 것 같지 않다”며 “지난해 저점 1,985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최악의 경우 1,950이 지지대”라고 답했고 최 센터장은 “1,940선이 강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시에도 당분간 일본 제재 영향은 투자심리 위축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희정 키움증권(039490)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일본과의 협상이 클라이맥스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가가 빠지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선반영돼 있지만 수급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가가 더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도 “수혜받는 것도 있지만 어느 기업이 어디 부품을 사서 쓰는지 낱낱이 알고 있지 않아 불확실성으로 움직이는 불편한 심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달 말까지가 고비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시점이 오는 9월1일이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재 역시 법안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점이 이달 말께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여야가 빨리 추경을 통과시키고, 투자심리를 자극할 큰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금리를 낮추는 식의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도 “국내 증시 반등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상 타결은 물론 미국과 한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광수·박경훈·신한나기자 bright@sedaily.com

김광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