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분양가상한제 코앞인데…고무줄 심사에 독립성도 '글쎄'

간접비 등 자의적 판단 우려에

전문성·인력수급도 논란 여전

심사위 명단·회의록 공개따라

민원·정부 입김에 휘둘릴수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분양가 심의위원회’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간택지에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심의위원회 위원들이 공공택지 주택처럼 택지비와 건축비, 이윤 등을 고려해 분양가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문제는 심의위원회 위원들이 분양가 판단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 또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인력이 참여할 수 있는 데다 정부·시민단체 등 외부 입김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경인여대 교수·서경펠로) 회장은 “분양가를 낮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분양가를 들여다보면서 산업 전반과 시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의적으로 분양가 판단? = 분양가 심사의 가장 큰 맹점은 정량이 아닌 정성 평가 요소가 크다는 것이다. 한 예로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심사를 통해 3.3㎡ 분양가가 2,600만원에서 2,205만원까지 떨어졌다. 사업주체가 제시한 가격에서 기본형 건축비도 일부 줄었지만 가장 크게 삭감 된 것은 간접비와 그 밖의 비용이다. 친환경 요소나 특화 설계·고급 설비 부분이 원안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심사위원을 경험한 한 관계자는 “항목이 62개라도 자세한 공사비 내역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최종 합계치를 심사한다”면서 “다만 관심을 갖거나 지적된 항목은 더 꼼꼼하게 보곤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가 이전에 분양을 완료한 북위례 아파트의 분양원가 항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업비 중 12~17%가 간접비, 그 밖의 비용은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의위원들이 사업비와 그 밖의 비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분양가 변동 폭이 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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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원의 전문성과 인력 수급도 논란거리다. 분양가 심의가 민간으로 확대되면 서울 25개 자치구만 해도 250명 가량을 새로 심의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심의위원 자격을 건축학·건축공학 교수, 한국감정원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전문성을 가지고 공사·건축비를 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인력 풀이 한정돼 있다는 것도 논란이다.



◇ 민원에 휩쓸리는 분양가=분양가 산정 과정에 잡음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느 때보다 분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분양가 심의위원 명단과 심사 회의록 공개도 곧 법제화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심의위원회가 독립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과천시는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분양 민원이 들끓자 지난해 하반기 검토자문단을 만들었다. 시의회 추천으로 시민 2명과 외부 전문가 1명을 뽑고 시에서 또다시 전문단체의 추천을 받아 시공경력자, 감정평가사 등 2명을 임명했다. 이들은 분양가 심의위원보다 먼저 사업주체의 서류를 검토하고 심사위 개최까지 관여한다.

과천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분양가 심의 경험이 없어 조례를 통해 자문단을 구성했다”면서 “분양가 심의위원회에 제대로 된 검토의견서를 올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심의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정부나 지자체, 시민단체 등 외부 입김에 분양가 심의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심사는 국가가 자격을 위임한 심사위원의 권한”이라며 “지자체나 다른 민간의 과도한 개입은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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