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연장불가론' VS '신중론'...뜨거운 감자 '지소미아 파기' 핵심 쟁점분석

한국 피해 없나-대북관련 日정보도 차단...한반도 유사시 족쇄 될수도

한미동맹 영향은-지소미아, 동북아 전략 일환...美, 친일로 흐를 가능성

日급소 공격?-"北미사일 도발 등 정보 제한...日 안보에 타격 줄것"

단기간내 복원 가능?-체결때도 반대 높아...반일정서로 복원에 시간 걸릴듯

지난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도발에 대한 대응 카드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시사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은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규제에 나선 만큼 우리도 같은 맥락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연장 불가론을 펴는 반면 보수 야권은 지소미아 파기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과 한미일 동맹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신중론을 주장한다. 한일 갈등의 중대 분수령으로 떠오른 지소미아를 둘러싼 네 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지소미아 파기, 韓 안보 피해는=지소미아 파기로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한국이 받을 피해도 적지 않다. 특히 지소미아의 성격이 상호 호혜적 정보교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소멸도 불가피하다. 실제 한국은 그간 일본으로부터 북한 무기개발 동향과 탄도미사일 탄착지점 및 북한 내부동향 등의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지소미아 파기가 한반도 유사시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반도에 급변 상황이 발생할 때 일본의 후방기지를 통해 미군이 들어오게 돼 있는데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이 정보교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주일미군기지는 미국·영국·프랑스·호주 등 유엔군의 기지로 활용된다.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전시에 한일 간 정보공유 등에 문제가 생기면 작전 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2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2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소미아 파기, 한미동맹 영향은=외교가에서는 지소미아가 사실상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과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동북아 핵심전략이 대중국 봉쇄에 있는 만큼 굳건한 한미일 삼각 군사정보 시스템 구축은 미국의 국익과 일치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당시 많은 반대여론에도 지소미아 체결을 강행한 배경에 미국의 개입이 있었던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졌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미국의 외교적 지원을 받아내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며 “미국의 동북아 핵심전략은 더욱 친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소미아 파기, 일본의 급소공격?=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라는 안보 카드를 고려하는 것은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산업 구조상 일본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하면서도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의 급소를 찌른 것과 같다”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은 조기경보가 생명인 만큼 우리의 정보가 제한되면 일본의 안보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인간정보(HUMINT·휴민트), 통신정보(COMINT·코민트), 영상정보(IMINT·이민트), 신호감청정보(SIGINT·시긴트) 등 대북정보를 일본 측에 제공하고 있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과 한반도 유사시 주한 일본인 구출작전 등 안보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폐기된 지소미아 단기간 내 복원 가능한가=일각에서는 한일관계가 호전됐을 때 협정을 다시 맺으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일관계가 좋은 상황을 가정하면 지소미아를 다시 체결하는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지소미아에 대한 법제처의 협정문을 심사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의결하면 된다. 하지만 일제의 군국주의로 피해를 본 한국의 반일정서상 일본과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지소미아를 복원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한일 경제전쟁이 한국에 준 충격이 큰 만큼 과거보다 더 거센 국민의 저항이 뒤따를 것이라는 데 있다. 과거 두 차례나 한국은 지소미아 체결 문제를 두고 홍역을 앓았다. 2012년 6월 당시 이명박 정권은 지소미아 체결을 주도하다 ‘친일정권’이라는 거센 공격을 받은 뒤 서명식을 불과 50여분 남겨놓고 체결을 포기한 바 있다. 2016년 박근혜 정권의 지소미아 체결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9%가 반대 의견을 내놓는 등 한 번 파기된 지소미아를 단기간 내에 복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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