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다음달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수소각료회의 참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수소각료회의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해 수소연료 기반의 미래사회를 논의하는 자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005380)가 최근 외교적 마찰에 이은 경제보복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올해 회의의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9월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수소각료회의에 당초 참석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에 다음 달 열리는 수소각료회의에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사 자격으로 실무 임원이 참석하는 것은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처음 열린 수소각료회의는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를 기반으로 한 미래사회를 위해 수소기술협력과 표준 개발, 수소 안전과 공급망 공동연구 등을 하는 회의다. 당시 회의에는 한국·미국과 일본·유럽연합(EU)·중국·호주·프랑스·독일 등의 정부 인사가 참석했다. 기업 중에서는 현대차와 도요타·에어리퀴드·엔지 등 수소 관련 기업들이 나섰다. 지난해 회의에서 각국과 기업들은 수소 사회를 위한 기술개발과 표준 등을 협력하기로 한 ‘도쿄 선언’을 채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전 세계 수소 관련 기업들의 모임인 수소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그런 만큼 올해 수소각료회의에도 변수가 없는 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지난 6월 일본 나가노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 때도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위원장으로 참석해 수소 사회를 앞당기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정부 차관급이 오는 이 회의에 현대차가 사장급 인사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무역우대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양국 간 갈등이 극에 달하자 현대차는 회의 참석에 대한 재고에 들어갔다. 현대차가 회의 불참을 저울질하는 데는 강해지는 일본의 수소차 견제도 있다. 일본은 6월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한국을 뺀 미국·EU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저장탱크 규격과 표준을 마련하기로 공동선언을 했다. 올해 회의에서는 일본과 미국·EU가 협력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수소차에 쓰이는 연료탱크를 만드는 데 핵심제품인 탄소섬유에 대한 수급이 불투명해졌다. 일본은 수소 기술을 두고 도요타와 경쟁하는 현대차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참석을 통보한 후에 외교적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9월25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