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미래 위협' 위기감...현장경영 고삐 죈다

■첫 긴급 비상대책회의 연 JY

화이트리스트서 韓배제따라

반도체 분야 수출규제 품목

블랭크마스크 등으로 확대

협력사 통해 부품 확보 총력




5일 이재용(사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전자와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최악의 사태로 흘러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직전 회의였던 지난 7월 회의보다도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다. 반도체 분야만 해도 수출규제 품목이 포토레지스터·고순도불화수소 등에서 포토마스크·블랭크마스트·웨이퍼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자칫 일본의 수출규제로 밸류 체인은 물론 삼성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전국의 사업장 곳곳을 돌며 현장 경영 행보에 나서는 것도 이런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7월부터 수출규제에 들어간 고순도 불화수소 등이 오는 9월 이후에는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평택의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과 기흥의 시스템LSI사업부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충남 온양·천안의 반도체 개발·조립·검사 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등을 두루 돌며 부품소재의 재고 및 공급선 다변화 상황 등을 꼼꼼히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급 시스템 망에서 약한 고리나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지 등을 철저히 점검해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바짝 고삐를 쥘 가능성이 크다.

이번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가 배제되면서 추가로 수출 제한 품목에 목록에 오른 포토·블랭크·섀도마스크는 모두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이다. 초미세공정인 극자외선(EUV)용 블랭크마스크의 경우 일본 호야가 전량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V는 삼성전자가 미래성장 동력으로 선언한 파운드리의 최첨단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뛰어넘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다 지난달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된 감광액(포토레지스트) 역시 EUV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규제는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정면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본의 무역공격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삼성의 미래,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공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위기를 틈타 경쟁사인 TSMC는 격차 벌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TSMC는 최근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연구개발(R&D)·생산관리 등 전 직군에서 신입·경력사원 3,000명 이상을 모집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TSMC가 3,000명 이상의 채용에 나선 것은 198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반도체 업계의 불황에도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94.9%나 늘리기로 했다. 삼성 파운드리가 대규모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며 1·4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19.1%로 TSMC(48.1%)를 바짝 따라붙은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 제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삼성은 우선 재고 확보를 통해 일본발 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에서 돌아와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삼성전자는 국내 협력사를 통해 일본산 부품·소재 확보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CE 부문과 IM 부문은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15일까지 일본산 부품·소재 전 품목에 대한 90일치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물량의 소진과 대금 지급은 삼성전자 측이 모두 책임지겠다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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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현장 경영을 통해 부품·소재 국산화와 관련한 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사장단에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을 비롯해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등이 참석했다. 전자계열사에서는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등이 함께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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