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침묵 깬 오바마, 트럼프 저격? "인종차별 정서 조장 지도자 말 물리쳐야"

"공포·증오 분위기 만들어"…트럼프 ‘인종차별적 언사’ 우회 비판

"미국만큼 총기폭력 용인하는 나라 없어"…총기규제법 개정도 거듭 촉구

/AP=연합뉴스/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하며 최근 잇따르고 있는 총기 난사 사건과 인종주의적 표현에 우려를 나타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공포와 증오의 분위기를 충족시키거나 인종차별주의적 정서를 정상적인 것인양하는 지도자들,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악마시하거나 이민자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위협한다는 식으로 암시하는 지도자들, 다른 사람들을 인간 이하로 간주하거나 미국이 특정한 종류의 사람들에게만 속한다고 암시하는 지도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직접 입 밖으로 내진 않았으나, 지난 주말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참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이러한 난사의 동기가 완전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엘패소 난사는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끌어안으며 백인 우월주의를 지키기 위한 폭력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개인들의 위험한 트렌드를 뒤따르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들이 백인 국수주의자 웹사이트에 의해 더 급진화돼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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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러한 말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이곳 미국과 전 세계의 역사에 걸쳐 발생한 대부분 비극의 뿌리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이라며 과거 미국의 노예제도와 흑인차별 정책,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르완다의 집단학살, 발칸 반도의 인종 청소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것은 우리의 정치와 공적 생활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며 “어떤 인종과 신념, 정파를 가졌든 간에, 선한 의지를 가진 대다수의 미국민이 명명백백히 이야기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울러 “어떤 선진국도 우리가 하는 수준으로 총기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총기 제도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총기 난사가 벌어질 때마다 우리는 더 강경한 총기 규제법이 모든 살인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며 정신 이상자들이 무기를 구해서 공공장소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난사하는 일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면서도 총기규제법이 부분적으로나마 총기 난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 지점에서 무기력하지 않다”면서 “우리 모두 떨쳐 일어나 공직자들이 우리의 총기규제법 개정에 나서도록 할 때까지는 이러한 비극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 총기규제법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 왔으나 최근 잇따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사와 총기 사고에 입장을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7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부에 몸담았던 아프리카계 관료 149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 기고문에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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