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페롤리 JP모건 수석 "트럼프 연임 못해도 美中분쟁 지속될 것"

■창간기획 해외 특별인터뷰

다음 대통령 누가 되든 '중국에 강력 대응' 초당적 공감대

무역전쟁에 세계경제 둔화 우려 커져 내달 금리 또 내릴것

美국채 수익·안전성 유망…증시도 하반기 추가 상승 여력

경상흑자·국가부채 적은 한국,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펴야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경제 분석을 총괄하는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패해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상시적 리스크’가 됐다고 강조했다.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뉴욕 맨해튼의 JP모건 본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무역전쟁 확전에 따라 지난 7월 말 기준금리를 단행한 데 이어 오는 9월에도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함께 경상수지 흑자국이자 국가부채 부담이 적은 한국은 확장적인 재정과 통화 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반기 유망 투자자산으로 수익성과 안전성을 갖춘 미 국채를 꼽으면서 지난 상반기 10% 넘게 오른 미 증시 역시 하반기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 투자할 만한 분야라고 조언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공세는 얼마나 지속될까.

△미중 무역전쟁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나 기술이전 강요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초당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캐나다, 유럽연합(EU) 등과 무역갈등은 중국과의 무역전쟁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EU 등과 무역분쟁은 완화되겠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계속돼 세계 경제에 상시적 위험요인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대선까지 1년 3개월 이상 남아 있다. 특히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될지 알 수 없어 지금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분위기가 월가에 형성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금융시장에서는 ‘리더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불안이 적지 않고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가.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매기지 않은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전면전이 될 것이다. 그에 따른 정확한 경제적 영향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생산 사슬에 큰 피해를 줄 것이고 중국은 당국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무역전쟁에 대응해 중국이 부양책을 쓰면서 개혁이 필요한 경제 구조적 문제들이 방치돼 악화할 수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결국 글로벌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으로 보는가.

△현재로서는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아니지만 경기 후퇴를 방지하려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능력이나 노력을 저해해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될 경우 불황을 야기할 수 있는데 세계 경제를 견인하거나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특히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중국은 부양책을 통해 무역전쟁에 따른 단기 위험들을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런 대응책으로는 성장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없다는 한계 또한 확인했다. 위기 대응과 관리에 주력하다 보니 중국 정부가 보다 개혁적인 시장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지장이 생기고 있다. 무역전쟁이 환율 등 금융 부문으로 확대될 경우 중국 국영기업들의 대규모 부채 문제가 급격히 악화할까 염려된다. 중국은 경제 위기가 오면 필연적으로 정치 불안이 겹칠 수 있다.


-미국은 무역전쟁 와중에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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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과 비교해도 미국은 자체 소비시장이 크고 자족적인 경제체제를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이 세계적으로 연계된 제조업 생산 등에 피해를 주고 있지만 이는 미국 경제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지표 등을 보면 50년 만에 가장 적을 정도로 고용이 견고하다. 사실상 완전고용에 이른 실업률이 미국 경제 성장의 기관차가 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2015년 ‘소프트 패치(경제 회복기의 일시적 침체)’를 겪을 때도 미국의 제조업 생산이나 자본 지출, 에너지 산업 등은 후퇴했지만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서비스 업종은 별 영향 없이 순항해 미국의 경기 확장이 지속된 바 있다.

-미국의 경기 확장이 7월에 최장기 호황 기록을 세웠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도 적지 않다. 침체 시점은 언제가 될까.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기는 했지만 1.5% 수준의 성장률은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10년 이상 경기가 확장한 만큼 침체가 내년이나 2021년에 시작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선형적인 성장세 둔화 속에 꼭 발생하는 것은 아니어서 침체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기 침체가 몇 년은 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올 들어 연준의 금리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연준이 올해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나.

△연준의 통화 정책 변화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연초 예측보다 저조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뤄진 대응으로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것이다.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에 제동을 건 데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크게 둔화하며 경기 후퇴마저 우려되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어 연준이 금리 동결에서 인하로 돌아선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확전에 따른 악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준이 7월 말에 이어 9월에도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앞서 통화 정책의 ‘중간 사이클’로 보험적 측면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했는데 같은 목적으로 한 번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다만 9월에는 무역전쟁보다 미 경제 지표에 좀 더 의존해 금리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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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유망한 투자자산을 추천해줄 수 있나. 미 증시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지도 궁금하다.

△미 국채 등 채권 투자는 안전하면서 수익성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 미국 증시도 주요 지수가 좀 더 상승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 국채 수익률이 낮기 때문인데 현재 10년물 수익률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배당 수익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밑도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주식 가치가 다소 높은 편이기는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었다. 금융위기가 또 발생할 우려는 없나.

△은행들의 자본 상황이 크게 개선되고 자금 유동성도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또 다른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금융시장의 운영상 위험들도 크게 줄었다. 금융시장 중 비(非)은행 부문의 규제가 느슨하고 그림자금융의 문제가 일부 있지만 현재로서는 큰 위험은 아니다. 향후 수년간 대형 금융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한층 도약하고 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 계속 성장해나가려면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

△한국은 총수요를 진작시킬 여유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약 40%로 매우 낮고 경상수지는 계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확장적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활용할 여력들이 있다. 환율 정책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독일처럼 재정 확대에 적극 나서라고 권하고 싶다.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총수요를 진작시키기는커녕 흡수하고 있는데 한국이 조금이라도 글로벌 수요 확대에 기여하면 좋을 것 같다. /뉴욕=김영필특파원 손철기자 susopa@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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