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던 소비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면 우리나라의 하반기 경제 하방 위험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이 모두 위축되며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가 ‘경기 부진’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이다. 특히 지난달 발간한 경제동향 7월호에서 썼던 ‘소비 둔화가 다소 완화됐다’는 표현마저 빠졌다. 최근의 어려운 경기 여건을 반증하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6→98.5)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8.1→97.9) 모두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다.
경기 부진의 원인으로는 대내외 수요 둔화에 따른 소매판매액 증가 폭 축소와 투자·수출 부진을 꼽았다. KDI는 “6월 소매판매액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를 나타내었으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며 “7월 수출금액도 반도체와 석유류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 생산이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KDI는 지난달 ‘정체’로 평가했던 광공업 생산을 이번 보고서에서는 ‘큰 폭 감소’로 변경했다. 6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12.9%→4.2%)의 증가폭이 축소되고 △화학제품(-8.2%) △전자부품(-7.8%) △기계장비(-8.3%) 등의 부진도 지속되면서 전월(0.2%)보다 낮은 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서비스업 생산이 소폭 증가했지만 제조업평균가동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경기 전반의 부진을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경기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실제 KDI가 7월 국내 경제전망 전문가 18명을 대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물은 결과 평균 2%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조사 당시 2.2%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이는 대내외 수요 위축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제조업가동률을 예로 들면 미·중 갈등이나 일본 이슈가 없어도 계속 내려가서 70% 초반대까지 감소했는데 지금은 악재가 더 생긴 셈”이라며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상황에서 통상마찰 심화하며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