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기술이 일자리 뺏는 디스토피아…'고젝-블루버드' 사례서 해법 찾아라

[한국판 노동 4.0 大計 세우자]

<하>역주행하는 정책과 법안 -新舊산업 갈등 풀려면

전통 보호하려단 산업경쟁력 뒤져

이해관계자와 조율·양보로 상생해야




#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승차공유 서비스 ‘고젝’. 지난 2010년 설립 이후 동남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맥킨지 출신인 나디엠 마카림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이 커 갈수록 저항에 부딪혔다. 현지 택시 업체들의 만만치 않은 반발은 고젝의 시장 출시를 가로막았다. 해법은 특별하지 않았다.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고 설득했다. 그리고 양보했다. 고젝은 이용자들이 현지 최대 택시 업체인 ‘블루버드’를 고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호출할 수 있게 하며 갈등을 풀었다. 안드리아 부차라 인도네시아 투자청 인프라 담당 과장은 “당시 정부 또한 택시운전자들의 반발에 애를 먹었지만 서로가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득해 지금과 같은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기술 진보가 기존 일자리를 빠르게 위협하며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경제활동 참가율 변화에 대한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자리 양극화가 과거에는 주로 세계화 등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동 때문이었으나 최근에는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는 산업 내 기술 진보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서비스의 진화 등으로 기존 직업군은 수요와 임금이 줄고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 종사자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종사자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승차공유 업체와 기존 택시 업계 간의 갈등을 비롯해 온라인 유통시장 활성화에 따른 기존 오프라인 점포 쇠락 등 기술 진보가 기존 직업군을 위협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차를 끌던 마부들의 몰락,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비롯한 기존 피처폰 제조업체의 몰락 등의 사례를 놓고 볼 때 기술 진보에 따른 기존 산업군 및 일자리의 몰락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관련기사



특히 전통산업 보호를 위해 신기술 도입에 제한을 둘 경우 산업경쟁력이 크게 저하돼 글로벌 시장에서 낙오할 수 있다. 실제 19세기 영국은 자동차의 출현으로 생계 걱정에 시달리는 마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붉은깃발법’을 만들어 차량 운행을 규제하다가 관련 산업 주도권을 독일이나 미국 등에 빼앗겼다. 고젝과 블루버드의 사례와 같은 상생 모델이나 기존 직군 노동자 재교육을 통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정보기술(IT) 열풍으로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겨난 반면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디트로이트는 로봇이 노동자를 대체하면서 직업이 사라졌다”며 “하지만 재교육을 통해 기존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 기술 진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는 과하다”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