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창간기획] '헬리콥터'식 현금복지 지양...저소득층 일자리 참여 유도해야

[창간기획 : 한국판 노동 4.0 大計 세우자]

<하>역주행하는 정책과 법안 - 땀 흘리는 복지제도 구축해야

정부·지자체 '일회성 복지' 한번 시행하면 중단 어려워

2050년엔 의무지출 비중 60% 훌쩍...재정고갈 가능성

기초연금·청년지원 중복도 많아...그리스 등 반면교사를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다가오는 ‘노동4.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복지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쏟아붓는 ‘헬리콥터’ 현금복지가 계속된다면 재정부담이 가중돼 미래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선진국들이 방향을 선회했듯이 우리도 ‘일하는 복지’ 체제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현금복지는 한번 주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봤을 때 향후 지급 규모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일을 하게끔 만드는 인센티브를 주면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7일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 영주시와 전북 임실군은 올해부터 노인 목욕비 지원사업을 도입했다. 영주시는 70세 이상 노인(기초생활수급자는 65세 이상)에게 연 6만원, 임실군은 65세 이상에게 연 4만5,000원의 목욕비를 지급한다. 기초연금과 이름만 다를 뿐 상당히 유사한 사업들이 쏟아지는데도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은 용처가 따로 없고 해당 사업은 정해진 데만 써야 한다”며 협의를 통과시켰다. 서울시 중구는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수령자에게 지역 화폐로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어르신 공로수당’을 도입해 ‘현금복지’ 논란에 불을 붙였고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전북 완주군(노인 이미용권 및 목욕권 지원사업)과 부산 동구(어르신 품위유지 수당)까지 확산되고 있다. ‘곳간’은 고려하지 않고 선심성으로 노인들 용돈만 늘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복지확대도 재정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는 월 최대 3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 만 65세 이상 노인을 내년에 소득 하위 40%(현행 하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예산은 올해 11조5,000억원에서 내년에 13조2,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대상은 오는 2021년이면 소득 하위 70%까지로 넓어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연평균 1조9,374억원의 추가 재정소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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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 대한 현금복지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다른 용도로 빈번하게 사용돼 문제가 됐음에도 만18~34세 청년에게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문턱을 낮춰 기본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회예정처는 소요예산이 내년 2,596억원에서 2021년 1조원으로 급증하고 2024년에는 1조4,864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동시에 중복해서 받을 수는 없어도 지자체에도 유사한 사업이 많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만 24세 청년들에게 100만원 지급)’, 서울시의 ‘청년수당(19~29세 청년에게 최대 6개월까지 매달 50만원 지급)’이 그러하다. 그 외 부산 사하구 등은 토익시험 응시료 지원까지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현금복지가 범람하면 일할 의욕을 떨어뜨려 경쟁력이 하락하고 향후 재정여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이탈리아·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은 선심성 복지정책을 펼치다 국가 재정 악화로 경제가 파탄날 지경에 이르렀다. 국회예정처의 분석으로는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명시된 의무지출 비중이 복지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2022년 전체 지출의 51.6%에서 2030년 55.7%, 2050년 60.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해외 선진국과 같이 일하지 않는 빈곤층에 대한 사회부조보다는 저소득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덕적 해이를 야기시키는 현금지원보다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교육훈련에 보조금을 지급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가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은퇴 연령층의 추락도 막을 수 있다. 파리에서 만난 막싱스 데멜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 디지털 디렉터는 “프랑스는 실업수당에 대한 개혁으로 일을 더 많이 하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의 베케 랑 팀장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단기적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다시 직업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연하기자 뒤셀도르프=한재영기자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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