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일갈등 틈 탄 中의 꽃놀이패

메모리 연구 협력 미끼로

日엔 "반도체 부품 구매"

韓엔 "소재 대체재 제공"




중국이 최근 한일갈등을 틈타 메모리 기술을 빼내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는 반도체 소재 수요처로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의 수출물량을 메워주고 한국에는 일본 소재 대체재를 제공하는 것을 지렛대로 삼아 은밀히 메모리 협력을 제안하는 등 물밑접촉에 들어갔다.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로 핀치에 몰린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한일갈등을 계기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산업계 및 중국의 경제 전문매체 동방재부망에 따르면 최근 중국 상무부의 한 관계자가 “한국과의 문제로 부품·소재 수출이 줄어들 경우 중국이 그 부족분을 채워줄 테니 반도체 연구개발을 도와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고순도불화수소 대체재를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는 한국 기업에도 추파를 던지고 있다. 삼성은 방화그룹, 하이닉스는 카이성푸화학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관측 속에 중국이 한국 엔지니어 영입 등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기술적 난관에 막혀 메모리 양산에 실패하고 있는 중국이 한일갈등을 최대 기회로 삼는 모습”이라며 “반면 우리 기업들은 화학물질 규제에 막혀 소재 국산화도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상훈·박효정기자 shlee@sedaily.com

‘메모리 기술’ 노려 韓日에 ‘양다리 협력’ 제안한 中


韓日갈등 틈타 꽃놀이패 흔드는 中

日에 “부품소재 사주겠다” 제시

도시바 활용해 낸드 양산 의도

삼성·하이닉스엔 “대체재 공급”

글로벌시장 한단계 도약기회 잡기



중국 정부까지 나서 한일 양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반도체 굴기’가 미·중 분쟁으로 가로막힌 상황과 관련이 깊다.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소재·부품 강국인 일본 양쪽으로부터 기술을 흡수해 반도체 국산화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 서플라이체인의 한 축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소재·부품 기업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하게 될 경우 중국 반도체 산업은 자체적인 서플라이체인을 구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20%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높이기 위해 자국 기업을 전폭 지원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높은 기술의 벽을 넘지 못한 상태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D램 생산에 있어서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D램 개발에 앞장섰던 중국 푸젠진화가 미국 정부의 표적이 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이 푸젠진화에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상무부 조치에 따라 푸젠진화의 D램 개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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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에 비해 기술 장벽이 낮은 낸드플래시의 경우 중국 양쯔메모리(YMTC)가 연내 64단 제품 양산을 공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YMTC가 양산으로 가는 마지막 기술적 고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일본 접촉이 특히 낸드 기술력을 우선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산에 성공할 경우에도 당장 반도체 재료가 필요해지는 만큼 일본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한다.

일본 도시바메모리가 글로벌 낸드 점유율 2위 업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도시바는 최근 몇 년간 낸드 외에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공개(IPO)나 지분 매각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보유 지분 40.2%를 당장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중국에서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중국 자본으로 들어간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샤프·재팬디스플레이(JDI) 등의 경로를 도시바가 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현재 도시바는 정전 사고로 멈춘 공장을 복구한 이후 15~20% 정도 줄였던 가동률을 다시 회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을 준비하던 중에 정전 사고라는 악재를 맞은 도시바가 그간 손해 본 실적을 만회하고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도시바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이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해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도 이런 중국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견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일본의 반도체 장비 업체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세계 반도체 장비 1위 업체이지만 고쿠사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걸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인수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기업 역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을 피하면서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실리콘파워테크놀로지가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인 실바코와 기술협력을 발표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문을 두드리는 자국 업체들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중국 카이성푸화학·방화그룹 등 불화수소 업체와 웨이퍼 생산 업체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중이다. 이에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한국을 찾아 “일본산 반도체 소재를 대체할 제품을 공급할 테니 기술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술력 확보와 동시에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구매와 관련된 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중국산 샘플 공급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이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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