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또 다른 한국 골프의 역사를 지금 보고 계시는 겁니다.”
‘골프여제’ 박인비(31·KB금융그룹)의 극찬에 고진영(24·하이트진로)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8일 제주 오라CC에서 진행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기자회견. 보통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중 하나인데도 방송카메라 10여대가 포진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고진영과 박인비가 삼다수 계약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때문이었다. 특히 고진영이 ‘메이저 퀸 중의 퀸’과 세계랭킹 1위 타이틀을 안고 출전하는 국내 첫 대회다. 고진영은 회견장으로 들어서며 신기한 듯 휴대폰을 꺼내 구름 취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진영은 지난 5일 끝난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브리티시 여자오픈 2연전에서 우승과 3위 성적으로 한 시즌 메이저 최고 성적 선수에게 주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받았다. 올 시즌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최소타수상 등 주요 부문 싹쓸이도 기대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커리어 그랜드슬래머(4개 메이저 석권),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인비는 고진영과 관련한 질문에 “예전에 경쟁하던 선수들을 보면 어떤 부분에서 흐트러질 것 같은 모습도 보였는데 지금의 고진영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샷이 잘 돼도 퍼트가 따라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우승이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고)진영이는 샷 정확도와 거리·퍼트까지 정말이지 전성기인 것 같다”며 “여러분은 또 다른 한국 골프의 역사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LPGA 투어 2년차 고진영은 “지난해보다 더 나아지려 시즌 끝나고 미국에 2~3주간 더 남아 쇼트게임 코치와 굉장히 많이 훈련했다. 퍼트의 셋업 자세를 바꾸고 어프로치와 벙커 샷 방법 등에도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관심이 감사한데 그럴수록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겠다.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게 선수로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6일 귀국 후 먹고 싶던 아귀찜도 먹고 오랜만에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는 고진영은 “공항에 나온 아빠가 안 하시던 볼 뽀뽀를 해줘서 ‘기분이 많이 좋으시구나’라고 느꼈다”며 웃었다. 고진영은 9일 낮 12시10분 KLPGA 투어 상금 1·2위 최혜진·조정민과 같은 조로 1라운드를 출발한다.
/제주=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