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베네수엘라와 스킨십 강화…美 보란듯 정유사업 계약 체결

정유시설 고쳐주고 디젤 등 받아

자금난 베네수엘라 숨통 틔워줘

美제재 위배…미중 갈등 불보듯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해 전방위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와중에 중국 기업이 보란 듯이 베네수엘라 정유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지원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는 가운데 나온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미중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상하이 소재 화학·엔지니어링 기업인 와이슨엔지니어링서비스가 지난달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인 PDVSA와 베네수엘라의 정유시설 수리사업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공사 기간은 6개월에서 1년으로 예상되며 미국 제재로 자금난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고려해 공사비는 현금 대신 디젤 등 정유제품으로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하루 130만배럴의 생산능력을 자랑하던 베네수엘라의 정유시설은 미국의 제재 여파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설이 급격히 낙후됐고 이로 인해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이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미국의 금융제재가 초래한 부실 경영과 부실 투자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베네수엘라 정유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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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이번 계약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계획에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회피하면서 석유 산업과 베네수엘라 정부 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경제제재에 주력해 왔는데 중국 때문에 제재 효과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이 낙후된 정유시설을 정비해 베네수엘라의 연료 부족을 해소하면 트럼프 정부의 베네수엘라 정권교체 계획은 복잡해질 수 있다”며 “연료생산 능력이 회복되면 미국의 경제봉쇄 효과가 약화하는 것은 물론 야당과의 대화에서도 마두로가 더 강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러시아 역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를 앞세워 최근까지 몰타와 지브롤터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휘발유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6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위기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해 러시아를 향해 “나쁜 베팅에 계속 매달리지 말라”고 촉구했고 중국을 향해서는 베네수엘라에 준 차관을 빠르게 회수하는 길은 “새로운 합법적인 정부”를 지지하는 일이라고 압박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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