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국채 장단기 금리역전 폭 12년來 최대…'R'이 다가온다

G2 양보 없는 대립 지속되며

美 경기침체 가능성도 급격 상승

10년물 금리 장중 1.6% 무너져

3개월물 수익률差 0.39%P까지

금값은 온스당 1,500弗 넘어서

주요국 중앙銀 금리인하 잇달아

임박한 위기에 전세계 대응 채비




미국과 중국이 서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미중갈등이 격화하면서 불황의 전조현상으로 알려진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 폭은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6년 만에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했다. 미중갈등이 더욱 심화하면 앞으로 9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연 1.595%까지 떨어져 2016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가 급락하면서 한때 국채 3개월물과의 역전 폭은 0.3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3월 이후 12년5개월 만에 최대치다. 투자전문회사 구겐하임파트너스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4%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역전 폭이 커질수록 경기침체 임박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조만간 경기침체가 닥칠 것을 염두에 두고 안전자산인 장기국채를 대거 사들이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과거 장단기 수익률 역전은 항상 곧 경기침체가 닥칠 것임을 예고했다”며 “장단기 금리 차가 더 벌어지는 게 골치 아픈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 국채 금리는 10년물에 이어 30년물도 사상 최저치에 접근한 상태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전날보다 0.051%포인트 떨어진 -0.582%에 거래돼 최저치를 경신했다. 스페인 3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를 밑돌았으며 10년물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련기사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같은 이유에서 연일 치솟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8월물 금 가격은 2.4% 오른 온스당 1,507.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8월물 금 가격은 이달 들어 6% 이상 뛰었으며 올해 5월 말 이후로는 15% 넘게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6개월 안에 금값이 1,600달러대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은행들의 경쟁적인 기준금리 인하도 경기침체의 전조다. 앞서 뉴질랜드와 태국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와 0.2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이날 필리핀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재개를 앞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국채와 금을 사들이고 미국 주식과 석유를 팔았다”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과 뉴질랜드와 태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지난 1년 사이 빠른 속도로 고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이 1년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지난해 말 기준 20%였지만 올 3월 말에는 25%, 현재는 30%로 뛰었다. 캐나다 금융회사인 TD증권은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제성장세 약화로 미국 경제가 앞으로 12개월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55%로 내다봤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침체할 확률이 두 달 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도 침체 확률이 3월 말 기준 25%에서 현재 28%로 상승했다. 중국은 3월 말 이후 침체 확률이 15%로 같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올랐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중국의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반격하면 9개월 내에 세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무역갈등이 심해지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