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반일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일제 시대나 항일독립운동을 다룬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해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올 상반기에 나왔다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 책들도 뒤늦게 주목 받고 있다.
우선 ‘아시아태평양전쟁에 동원된 조선의 아이들’은 전쟁 기간 조선 사회의 최약자인 미성년자들의 피해 사례와 증언을 담았다. 강제노역에 동원돼 수족이 절단되고 눈이 먼 소녀, 비행기 공장에서 일하는 줄 알고 갔다가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했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피맺힌 절규의 기록들은 외면하고 싶을 만큼 처절하다.
‘책임에 대하여’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바람을 직시할 것을 호소해온 지식인 서경식과 다카하시 데쓰야의 대담을 담았다. 현대 일본의 가면과 본성을 비롯해 위안부, 오키나와 미군 기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천황제의 모순 등을 적나라하게 짚었다. 특히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인 식민주의와 전체주의, 보편주의로 위장한 평화주의 등 일본의 본성을 섬세하고 논쟁적으로 짚었다.
‘그 사람, 김원봉’은 의열단을 이끌었고 조선의용대를 창설한 김원봉의 일대기다. 일제가 무려 100만 원(현재 가치로 340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을 정도로 두려워했던 인물이다. 김원봉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지만 광복 후 북한 정권 수립과 한국전쟁에 참여하는 바람에 정부로부터 서훈이나 유공자 지정을 받지 못했다. 책은 영화 ‘밀정’ ‘암살’ 등에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김원봉의 일대기를 전한다.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은 1907년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헤이그에 파견한 특사 중 한 명이자 독립운동가 이위종의 불꽃 같은 생애를 담았다. 재야학자인 이승우 씨의 끈질긴 취재로 역사에서 잊힌 그의 삶이 재탄생됐다. 저자는 국내 자료뿐 아니라 러시아, 일본 등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각종 문헌을 섭렵하고 검증했다. 또 이위종의 증손녀인 모스크바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율리아 피스쿨로바 박사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했다.
소설가 김별아는 ‘백범, 거대한 슬픔’을 통해 김구라는 한 인간의 아픔과 고독을 그려냈다. 소설은 백범의 생애 중 가장 슬픈 사건을 주요 장면으로 선택해 재구성했다. 일본 육군 중위 쓰치다를 처단한 사건, 아버지에 대한 쓰라린 기억, 약혼녀 여옥을 떠나 보낸 아픔,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수감 생활, 아내를 잃은 슬픔 등이 김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유려한 필체로 탄생해 인간 김구에 대해 이해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