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둘만의 별명 부를만큼 각별...고진영표 김국 환상적"

고진영 '만능매니저' 최수진씨

간식 챙기기부터 통역·요리까지

힘든 훈련 이겨낼수 있게 지원

골프 떠나 속 깊은 조언 나누기도

고진영과 매니저 최수진(왼쪽)씨. 대회 뒤 주변 관광지를 함께 구경하거나 방에서 영화를 감상하며 고된 객지 생활의 스트레스를 푼다. /사진제공=갤럭시아SM고진영과 매니저 최수진(왼쪽)씨. 대회 뒤 주변 관광지를 함께 구경하거나 방에서 영화를 감상하며 고된 객지 생활의 스트레스를 푼다. /사진제공=갤럭시아SM



골프는 개인 운동이지만 캐디, 매니저 등과의 조화를 요구하는 팀 운동이기도 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올 시즌 성적 주요 부문 싹쓸이를 노리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의 성공비결을 ‘팀 고(KO)’의 케미스트리에서 찾는다. 고진영은 시상식 등 공식 자리나 인스타그램에서 매니저 최수진(26)씨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장인 제주 오라CC에서 9일 최씨를 만났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유학한 뒤 스포츠매니지먼트사 직원으로 국내에서 일하던 최씨는 지난해 고진영의 미국 진출과 함께 현지 전담 매니저로 파견됐다. 최씨는 1년 열두 달 중 겨울 전지훈련 기간만 빼고 11개월을 고진영과 붙어 다닌다. 심지어 방도 같이 쓴다. 제주에서도 둘은 룸메이트다. 보통 연습장 동행으로 시작되는 최씨의 하루는 18홀 따라 돌며 간식 챙기기, 인터뷰 조율, 캐디·코치와 회의 때 통역, 장보기, 요리, 항공·숙박 예약 등으로 빽빽하다. 어떤 면에서는 선수보다 더 바쁘다.


최씨는 “(고)진영 프로가 외동딸이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힘들게 훈련하는 모습을 다 봐온 터라 뿌듯하기도 하다”며 “골프 기량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계속 성숙해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했다.

관련기사



최씨는 지난 4월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고진영과 함께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었다. 우승자가 캐디, 가족 등과 함께 물에 뛰어드는 게 이 대회 전통인데 최씨는 그날 이후 연못 다이빙을 경험한 1호 매니저로 불린다. 최씨의 요리 중 고진영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볶음밥이다. 반대로 고진영도 최씨를 위해 종종 앞치마를 두른다. 김과 달걀, 파 등을 넣어 끓인 고진영표 ‘김국’은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맛있다고 한다.

둘 사이에만 부르는 별명이 각각 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된 고진영과 최씨를 주변 사람들은 ‘톰과 제리’라고 부른다. 귀엽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친밀해 보인다고 얘기한다. 최씨는 “톰과 제리 중에 누가 톰인지는 모르겠다”며 “골프를 떠나 같은 여자로서 속 깊은 조언을 나누는 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인상 시상식 연설 때 고진영이 이름을 얘기하며 고마움을 표현하던 순간 눈물이 터졌다는 최씨는 “지난해 시즌 뒤에도 2주간 미국에 머물면서 쇼트게임 코치와 집중 훈련하는 과정을 보면서 더 훌륭한 새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진영 프로의 단단한 마인드세트(마음가짐)를 보면서 저도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자매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지만 최씨는 여전히 고진영에게 존댓말을 쓴다. 그는 “매니저라는 일을 하는 데 나름의 철학이기도 하다. 말을 편하게 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실수할 것 같은 걱정도 앞선다”며 “나중에 혹시 다른 일을 하게 되면 그때는 편하게 말을 놓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