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되고 육아와 일에 몰두하다 보니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제 꿈은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아들과 함께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또래에 비해 너무 이른 스무 살의 나이에 엄마가 된 윤민채(26·사진)씨. 서울경제신문과 한샘이 공동 주관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제1회 한부모가정 수기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윤씨는 아들 윤성현군과 함께 꿈을 꾼다. 윤씨의 수기 ‘한부모가정도 꿈을 꾸고 이룰 수 있어요’에서도 새로운 꿈을 향해 하루 하루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윤씨는 19세에 아이를 가졌다. 계획된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대개 ‘덜컥 아이를 가졌다’고 말하고 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윤씨는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하고 싶지도 않다.
윤씨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키우며 살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친구들보다 먼저 엄마가 되고 또래보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게 특별해 보일 수 있겠지만 한부모가족도 평범한 가정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아이를 가졌을 때 임신 사실을 당시 남자친구에게 알리자 태도가 점점 변했다고 한다. 그 남자친구는 “아이를 지워라” “낳으면 내다 버려라”라는 등의 입에 담기조차 힘든 모진 말로 윤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고 결국 떠났다.
임신 초기 병원에서 처음 아이의 심장 소리를 초음파로 확인했던 윤씨는 ‘아빠 없이도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임신 당시 윤씨는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었다. 원래 학교생활에 흥미가 없었던 그는 고등학교 입학 한 달 만에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빨리 검정고시를 보면 대학과 사회에 더 일찍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는 확신이 들면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인데 고등학교를 꼭 다닐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자퇴를 했어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간호대학을 목표로 검정고시 학원을 다녔죠.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제 인생의 궤도가 수정됐어요. 성현이를 키워야 하니 일을 해야 하고 또 양육에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검정고시, 간호대학 진학이 어렵게 됐어요.”
현재 아들을 키우면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윤씨는 간호사의 꿈은 포기했지만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한 가지 꿈이 아니다. 아들 성현군과 자신을 위한 꿈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사회의 한부모가정들을 위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한 계단 오르면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또 한 계단 오르면 성현군이 보이고 다시 한 계단 올라가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한부모들도 보였다.
아빠가 없는 성현군이 성장하면서 기쁘거나 슬플 때, 힘들 때나 지칠 때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한부모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또 한부모들이 떳떳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게 윤씨가 꾸는 꿈 중 하나다.
윤씨는 지난해 초부터 유튜브에 ‘한부모성장TV’를 개설해 유튜버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한부모들끼리 서로 공감하고 힘이 돼주기 위해 지난해 3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한부모성장연구소’라는 카페를 만든 뒤 얼마 되지 않아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다. 현재 ‘한부모성장TV’ 구독자 수는 500명 정도이며 한 회 방송당 구독수는 1,000건이 넘고 많은 댓글이 달린다.
‘한부모성장TV’의 기본 방송 콘셉트는 ‘한부모가족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다. 윤씨는 “혼자서 일하고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은데 한부모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서로 힘이 되고 있다”며 “각자의 사연으로 한부모라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 이들을 환영함과 동시에 여러 가지 정보와 사연들을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씨는 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에는 없던 새로운 분위기의 한부모가족 소통공간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한부모가족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 공간을 만들어 서로 힘을 얻고 한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게 윤씨의 목표다. 아울러 ‘한부모=저소득층’이라는 사회적 통념도 없애는 게 그의 바람이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인생의 큰 선물이자 보석 같은 성현이와 함께 지금보다 더 행복한 우리의 미래를 꿈꿉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사는 나를 보고 속으로 많이 안타까워해요. 엄마가 아니었으면 난 이렇게 버티지도 못했어요. 이런 내가 이제 엄마가 됐습니다. 아들 성현이, 그리고 우리 엄마, 너무 사랑합니다.”
사진=오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