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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난수표 청약제로 선의의 피해 많아 앱 개발했죠"

■청약 모의테스트앱 선보인 이월무 미드미D&C 대표

이월무 미드미 D&C 대표이월무 미드미 D&C 대표



아파트 청약을 해본 사람이면 제도가 얼마나 복잡한지 절감하게 된다. 입주자 모집공고는 온통 깨알 글씨로 알아보기 어렵다. 청약 기관인 금융결제원의 ‘아파트 투유’는 법령 위주의 설명이라 더 헷갈린다. 국토교통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청약제 문답 풀이자료(7월31일 기준)는 자그마치 153쪽. 몇 쪽만 넘겨도 숨이 막힌다. 가점은 본인이 직접 산정해야 한다. 단순 계산 착오라도 전적으로 청약자의 책임이다. 부적격 당첨자로 확인되면 당첨이 취소됨은 물론 1년간 청약도 못 한다. 참다못한 부동산 마케팅회사가 청약가점을 자동 산출해주는 청약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월무 미드미 D&C 대표. 그는 지난 5월 말 ‘청약 365’이라는 청약 모의테스트 앱을 내놓았다.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이 앱은 주어진 질문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면서 ‘예’ ‘아니오’로 답하면 자신의 청약 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요주의 항목에는 별도의 안내문이 뜬다. 1순위 자격 여부를 알려줌은 물론이다. 앱 이용자가 출시 2개월 만에 1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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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도 헷갈리는데 국민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실무편람을 만들어 직원을 교육해 배치했더니 청약 오류가 조금 줄더군요. 내친김에 앱을 만들었죠.”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주택공급 규칙’ 문답 풀이집. 국토부조차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난해하기 짝이 없다.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주택공급 규칙’ 문답 풀이집. 국토부조차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난해하기 짝이 없다.


부적격 당첨은 어처구니없는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올 초 경기도 안양에서 분양된 아파트 사례를 보자. 659가구 모집에 97명(15%)이 부적격 당첨자인데 가장 많은 유형이 세대원 청약이었다. 지난해 8월 안양이 ‘청약과열지역’에 편입되면서 세대주만 1순위 자격이 부여되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이 대표는 “부양가족에 본인을 포함하거나 신혼부부 특별 공급에서 소득기준을 세전이 아닌 세후 소득으로 착각해 부적격 당첨되는 경우도 있다”며 “단순 착오로 부적격자로 확인될 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본인도 낭패를 보지만 당첨돼야 할 다른 청약자의 탈락으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천하에 금령이 많아지면 국민이 가난해진다’는 도덕경을 인용하면서 “난수표가 된 청약제도가 그 짝”이라면서 “오죽하면 가점제를 ‘강남 복부인’이 가장 잘 안다는 우스개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청약자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는 현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 전산망을 통합해 연말정산시스템처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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