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유성엽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평화당 탈당을 예고했던 비당권파 의원 10인이 결국 12일 공식 탈당했다. 이들 세력이 돌풍을 일으킬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첫 대규모 탈당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호남발(發) 정계개편’의 막이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10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분오열된 제3세력들을 다시 튼튼하게 결집시키면서 대안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자리하고 있다. 실제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평화당 지지율은 2.1%로 우리공화당과 같았다.
탈당에는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지원·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병완·장정숙·정인화·천정배·최경환 의원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민주평화당 국고보조금을 온전히 받게 하기 위해 이날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16일자로 탈당하는 것으로 했다. 김경진 의원도 이날 탈당했지만 대안정치로의 합류는 유보했다. 이로써 지난해 2월 국민의당의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호남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창당한 민주평화당은 1년6개월 만에 분당에 이르게 됐다. 민주평화당에 남은 인원은 정동영 대표를 비롯해 박주현 수석대변인, 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 등 5명에 그친다.
대안정치는 오는 11월 안에 제3지대 정당을 창당할 방침이다. 현역 의원 20명 이상의 교섭단체를 결성해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에 이은 제3정당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중간지대의 ‘빅텐트’를 세워 민주평화당 내 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을 영입하고 바른미래당 내의 호남계 의원과 김경진·손금주·이용호 무소속 의원들을 불러모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당권파의 경우 바른미래당 내홍 과정에서 이미지에 상처를 받아 대안정치 측도 연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도 이날 “평화당 내부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평화당 일은 바른미래당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조배숙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신당을 만들자는 데는 동의하고 다 함께 가야 한다는 것도 동의하지만 결국 시기의 차이”라며 “인내하지 않고 새롭게 시도도 하지 않고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두고두고 그분들에게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쪽은 명분이 없다”고 대안정치를 비난하는 입장을 보였다. 손금주·이용호 의원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1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집단 탈당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정계개편은 시작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바른미래당 내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대안정치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군불을 때고 있는 보수 대통합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보수 싱크탱크인 ‘플랫폼 자유와 공화’는 이달 20일과 27일 시국 토론회를 여는데 이 자리에 황 대표와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 있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방진혁기자 classic@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