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정용진, 자사주 매입·자산유동화 칼뺐다

과도한 낙폭 보인 주가 부양하고

시장 경영 의구심에 자신감 피력

오프라인 위기 예상보다 빨라 특단

하반기 온라인몰 재구매율 견인 등

업계 "숫자로 수익성 증명이 관건"

1415A16 이마트



2·4분기 사상 첫 적자전환을 기록한 이마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2011년 기업분할 이후 첫 자사주 매입과 자산유동화라는 투트랙 전략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업가치 대비 과도하게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계산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에 그의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기업분할 이후 첫 자산유동화=정용진 부회장은 대형마트로선 후발 주자로 자산 유동화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점포 건물을 매각한 뒤 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를 KB증권과 함께 진행한다. 이마트가 점포 매각과 유동화에 나선 것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자산유동화로 마련한 1조원 규모의 실탄은 우선 재무건전성 강화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의 부채비율(개별기준)은 2019년 상반기 기준 79%로 지난해 연말 72% 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자산유동화에 성공하면 부채비율을 5~6%포인트 낮출 수 있어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

부채비율은 신용도 평가와 밀접하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5일 부정적 영업환경을 근거로 이마트의 국제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면 그만큼 이자비용이 상승하고 대출금리도 올라 기업 유동성에 마이너스일 수 밖에 없다. 이마트의 자가 점포 비율은 85% 정도로 해외 업체(50%) 대비 높은 수준으로 자산을 유동화하면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로써 이마트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진행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부양에 가장 직접적인 카드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3월 장내매수로 이마트 주식 241억원어치를 매수한 적은 있지만 법인 주체로는 처음이다. 규모 역시시가총액의 3%에 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미래 실적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1년여 빠른 오프라인 위기…계열사 성장까지 시간 필요”=이마트의 이번 자산유동화와 자사주매입은 시장에 이마트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유통 불황과 함께 이마트 주가가 적게는 1년 내 반토막, 3년 내 3분의 1로 주저앉은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 지난해 초 30만원대였던 이마트 주가는 올들어 20만원선 밑으로 빠져 현재는 11만원대다.

관련기사



오프라인의 위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적게는 1년 이상 빨리 닥치면서, 그동안 투자했던 이마트 계열사들의 실적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황이라 체감하는 파고가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편의점인 이마트24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일렉트로마트 등의 전문점이 자리를 잡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사이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새벽배송 재구매율 견인 등 숫자로 증명해야=이날 이마트 주가는 장중 7% 넘게 오르는 등 단기적으로는 정 부회장의 정면승부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마트가 지난 1일 출시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역시 와인이 7일 만에 11만병 이상이 팔리는 등 온라인보다 저렴한 이마트 상품에 소비자들도 화답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마트가 던진 ‘건재’ 메시지를 증명하는 방법은 숫자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마트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삐에로쇼핑과 부츠 등 전문점의 영업적자가 2·4분기 188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에 대한 반등이 필요하다. 또 SSG닷컴의 새벽배송 역시 이마트의 시장 점유율 대비 물량이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고 실제 이익에 기여하는 재구매율도 낮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새벽배송 일일 물량을 연말까지 2만 건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그 수준이 경미하다”면서 “주가회복을 위해선 하반기 온라인몰 재구매율 견인이 필요한데 7월 온라인 재구매율은 30%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저가를 통해 매출확대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수익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