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탐사S]100만원 내고 면접 컨설팅 받았지만…남은 건 불합격 통보뿐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등돌린 청년]

☞활개 치는 무자격 취업컨설턴트

근무이력·합격자수 허위로 내걸고

SNS 통해 활동…돈받고 잠적 일쑤

취준생이 컨설턴트로 둔갑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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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취업 컨설턴트로 둔갑하는 게 현주소입니다. 대기업 근무 이력, 취업 합격 배출자 수 등을 허위로 기재해도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분별을 하지 못하니 눈 뜨고 코 베이는 셈이죠.” (취업 컨설턴트 정모씨)

고용불황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각종 취업 컨설팅에 의지하면서 피해사례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 카카오톡·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신종 취업 컨설팅이 활개치면서 무자격 업자들의 진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30)씨는 올해 상반기 가스공사 채용을 앞두고 한 유명 취업학원의 대표 컨설턴트로부터 1대1 상담을 받았다. 남들보다 준비기간이 짧았던 김씨는 이번에 놓치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는 불안감에 큰맘 먹고 세 번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100만원을 지급했다. 외국의 유명 대학 출신에다 지난해 가스공사 면접자를 지도한 적이 있다는 화려한 이력도 한몫했다. 하지만 상담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달라진 출제 유형도 이미 수험생 사이에서는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공지도 받지 못했다.

김씨는 “준비해온 자기소개서와 면접 예상답변에 대해 별다른 첨삭 없이 ‘면접장에서 그대로 말하면 된다’고 조언해주는 수준에 머물렀다. 6시간 중 실제 상담을 해준 것은 2시간 남짓에 불과했다”며 “특히 최종 면접전형까지 가서야 해당 컨설턴트가 이 회사의 면접전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거짓말을 한 것을 깨달았다. 엉뚱한 조언만 철석같이 믿고 면접장에 들어간 게 후회된다”고 푸념했다.


부실한 취업 컨설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무자격 업자들이 갈수록 판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만도 취업 컨설팅 관련 대화방이 200개에 달할 정도다. 여대생 A(24)씨는 “오픈 카톡을 통해 10만원을 주고 자기소개서 첨삭을 의뢰했지만 돈을 받은 뒤로는 감감무소식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무자격 업자들은 대학가는 물론 전국 시·군·구에서 채용설명회 등 각종 일자리 행사를 경쟁적으로 개최하는 점에 주목하고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에 먼저 접근해 무료강연을 제안하기도 한다.



정모씨는 “전국적으로 취업특강 등 일자리 행사는 무수히 많이 개최되지만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취업 서비스 업체는 한정돼 있다 보니 무자격 취업 컨설턴트들이 활동할 공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들이 지자체 행사에서 취업특강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정부에서 인증받은 업체임을 내세우면 학생들은 신뢰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이용해 지자체에 먼저 연락해 취업특강을 무료로 하겠다고 자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사세 확장을 위해 학원 의존도가 높은 입시준비생까지 공략하는 등 대학 입시부터 최종 취업까지 원스톱으로 대비해주는 신종 서비스도 나타났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문대학 항공운항과 입시반을 운영하는 승무원준비학원이 대표적이다. 현재 강남 일대 학원들은 수백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입시 면접대비반을 운영한다(예:40시간 200만원). 승무원 최종 합격 때까지 무제한 강의 제공, 주요 대학 입학처 출신 강사 채용 등 허위광고도 서슴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유력 대학의 항공운항학과 관계자는 “본교 출신 교직원이 강사로 활동한다는 허위광고를 낸 취업학원을 찾아 공식 항의를 했지만 학교 측도 제재할 방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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