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이 손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의 지분 49%를 취득하며 동남아시아 화학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롯데케미칼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화학산업 다운사이클’과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수익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14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현지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홀딩스(LCT)가 보유한 LCI 지분 49%를 6,540만달러(한화 약 797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LCI 지분 49%는 롯데케미칼이, 51%는 LCT가 각각 보유하게 된다. 이번 지분 확대로 롯데케미칼의 LCI 관련 의사 결정이 한층 빨라지며 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도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지분 매입은 롯데케미칼이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화학단지 조성 사업과 관련이 깊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4조원을 들여 오는 2023년부터 에틸렌 100만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화학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화학단지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해당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맹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거점으로 동남아 화학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위한 사전작업(FEED) 작업이 진행 중이며 연내 투자 계획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이 우즈베키스탄·미국 등에서 대규모 공장 건설 경험이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 또한 계획만 확정되면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롯데케미칼의 LCI 지분 취득과 관련해 LCT의 최근 실적 부진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CT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화학 시장 수요 부진으로 올 2·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300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주가도 연초 대비 40%가량 급락했다.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높은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규모가 큰 만큼 LCT를 대신해 롯데케미칼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셈이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산하에 편입된 데 이어 최근에는 롯데첨단소재 흡수합병 작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지분 정리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여타 화학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같은 분야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반면 화학 부문 규모의 경제 확보로 수익 제고를 꾀하는 롯데케미칼의 뚝심이 느껴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