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40년간 5번 금리역전 때마다 침체..."1~2년내 위기 올수도"

[커지는 R경고음]

닷컴열풍 붕괴 앞둔 2000년대 등

평균 22개월 뒤 경기침체 찾아와

英서도 2년·10년물금리 뒤집혀

獨·中 경기둔화-무역갈등 겹쳐

'1년내 침체 가능성' 1년새 2배↑




지금까지 2년물과 10년물 미국 국채금리 역전은 지난 1978년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 두 번, 닷컴 열풍의 붕괴를 앞둔 2000년대 초반에 한 번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시장에서는 오래 자금을 빌리는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통례를 깨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로 여겨진다. 실제로 2년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뒤바뀐 후에는 반드시 경기침체가 미국 경제를 덮쳤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3개월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역전보다 2년과 10년물 역전을 더 중요하게 본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금리 역전 뒤 경기침체가 찾아온 시점은 평균 22개월 후였다. 톰 에사예 세븐스리포트 창업자는 “역사적으로 볼 때 (10년과 2년물 금리) 역전은 앞으로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우리의 중장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향후 1년 내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 비율은 현재 33.6%로 지난달(30.1%)보다 3.5%포인트 높아졌다. 1년 전에는 침체 확률이 18.3%에 불과했다. WSJ는 “세계 경제 둔화가 심화하고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경기침체 위협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시장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징후가 계속 쌓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이날 처음으로 연 2% 밑으로 내려갔고 영국에서도 2년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뒤집히는 현상이 발생했다.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0.652%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는 전날 대비 0.55엔(0.51%) 떨어진 105.89엔 수준에서 거래되면서 강세를 보였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0.9%(13.70달러)나 뛰어 1,527.80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금값은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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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장이 출렁이는 것은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독일과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데다 남미 금융불안 등의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유럽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감소하면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민간 예측기관에서는 독일 경제가 3·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독일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전 분기 대비 0.2% 성장에 그쳐 1·4분기(0.4%)에 비해 속도가 둔화했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1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미중 무역갈등이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과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영국 채권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침체 신호를 보냈다”며 “중국은 2002년 이후 산업 성장이 가장 약하고 독일은 수출이 비틀거리면서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경기둔화 압력이 날로 고조되는 와중에도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다음달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일부 품목에 한해 관세 부과 시점을 오는 12월15일로 늦췄지만 미국 정부는 “전적으로 미국 소비자를 위한 결정”이라며 갈등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선을 그었다. 중국도 “미국이 나머지 제품에 다음달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맞섰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는 미중 정상의 오사카 회담 공동 인식을 엄중히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중국 측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 경제불안도 금융시장을 흔드는 요인이다. WSJ는 “이번주 아르헨티나 통화와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남미 최대 경제국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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