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김병준 “文정부 출범 후 ‘아무나 흔드는 나라’ 돼”[전문]

■페이스북에 글

"미·일, 한국을 협력체제서 내치겠다는 입장"

"北, 미사일 쏘며 온갖 막말"

"중·러 군용기, 독도 상공서 시위"

자유한국당 김병준(왼쪽)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자유한국당 김병준(왼쪽)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나라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아니라 미국,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그야말로 ‘아무나 흔드는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복절! 이 경사스러운 날에 걱정이 많은 글을 올려 송구하다”면서도 “어느순간 우리는 ‘아무나 흔드는 나라’, ‘설 곳도 제대로 찾기 힘든 나라’가 됐다”고 적었다. 김 전 위원장은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에서 내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북한은 미사일을 쏘아대며 온갖 막말을 하고 있다”며 “그런가 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는 독도 상공에서 시위를 했다”고 주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지금 이대로 가면서 ‘아무나 흔들지 못하는 나라’로 가겠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라며 “더 흔들 것도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말인가. 말로서야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나마는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vs ‘아무나 흔드는 나라’

문재인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광복절! 이 경사스러운 날에 걱정이 많은 글을 올려 송구하다.

우선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이 나라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아니라, 미국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그야말로 ‘아무나 흔드는 나라’가 되었다. 아래에 별도로 정리한 글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에서 내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북한은 미사일을 쏘아대며 온갖 막말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는 독도 상공에서 시위를 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아무나 흔드는 나라,’ ‘설 곳도 제대로 찾기 힘든 나라’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문재인정부 스스로 광복이후 이 나라의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초석이 되어 온 한-미-일 협력체제를 약화시키거나 와해시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국가주의와 사회주의의 틀을 견고히 가지고 있는 북-중-러에 가까이 가며, 국내적으로도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자유시장경제의 틀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 뒤에는 역사와 변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있다. ‘세일가스 혁명’ 이후에 미국이 얼마나 큰 힘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래서 한-미-일 협력체제가 얼마나 더 중요하게 되었는지, 또 자유민주주의의와 자유시장경제의 힘이 얼마나 큰지 등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이러한 인식이 아무나 함부로 흔들지 못하던 세계 11대 경제대국, 세계 7위의 무역대국을 스스로 ‘아무나 흔드는 나라’로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의 잘못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 없이, 정책적 전환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지금이대로 가면서 ‘아무나 흔들지 못하는 나라’로 가겠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더 흔들 것도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말인가. 말로서야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나마는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참고로 어제 있었던 어느 국제세미나에서 한 특별연설의 일부를 요약해서 올린다. 무엇이 우리 대한민국을 ‘아무나 흔드는 나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연설문 일부 요약>


1. 최근의 한반도 문제, 동북아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미국의 자신감과 그 자신감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0여 년 전 금융위기 때의 미국이 아니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에너지 부분에 자신을 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중동지역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대신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지역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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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장자동화 등으로 사람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세계의 제조업이 소비시장이 가깝고 에너지 비용이 싼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지역 중 하나이다. 말하자면 경제와 산업, 그리고 고용에 있어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2. 미국은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유리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핵문제도 미국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ICBM이 아니면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 같다. 북한도 이에 대내적으로 친중 세력을 정리해 가며 화답하는 모습이다.

3. 이런 가운데 한국정부는 한-미-일의 남방 삼각과 북-중-러의 북방 삼각이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는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구도의 해체를 위해 북-중-러,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가져가는 것 같다. 최근의 한-미관계 약화나 한-일관계 악화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4. 이런 입장의 한국정부에 대해 미국은, 앞서 말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이 한-미-일 삼각구도에서 빠져도 좋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동맹이라 생각하면 차마 하지 못할 수준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미합동군사훈련의 무용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을 경제적 의존관계 등으로 묶어둘 수 있는 경우, 북한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 핵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이 미국에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까 걱정이다. 이를테면 친중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등 말이다.

5. 일본 역시 미국의 이러한 입장에 동조하며 한국을 한-미-일 삼각협력체제에서 배제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이런 문제에 정통한 재일 한국인 교수 한 분이 국내 주요 언론에 ‘일본이 한국을 한-미-일 협력체제로부터 내치려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한 바가 있는데, 바로 이러한 상황을 말하는 글이다.

그런 한편, 일본은 북한 핵에 대해서는 북한과 중국과의 직접적인 대화 강화로, 또 미국과의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하며 그 일차적 안전망을 확보하려는 것 같다.

6. 중국과 러시아도 문제이다. 한국정부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압력이 거세지자, 한국이 한-미-일 삼각체제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 국가는 한국정부가 그 입장을 바꿀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 군용기의 독도 상공 시위는 바로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7. 걱정이다. 미국은 높은 방위비 분담에다 대통령의 한미군사훈련비판 등, 동맹임을 부정하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 북한의 단거리 핵미사일을 용인할 것 같은 분위기도 있다. 미국과의 대화에 자신을 얻는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대며 온갖 막말로 한국 대통령과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수출규제를 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공중 도발까지 하고 있다.

이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모습인가? 아니면 ‘아무나 흔드는 나라,’ ‘설 자리조차 찾기 어렵게 된 나라’의 모습인가? 광복 후 74년, 그동안 온갖 고통을 겪으며 세워왔던 경제와 산업이 내려앉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 하더라도 말이다.

8.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문재인정부의 책임이 크다. 한-미-일 협력체제를 앞장서 약화시키거나 와해시키겠다는 생각을 한 데서, 아니면 최소한 주변들로 하여금 그렇게 믿게 한 데서부터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결국 한국이 먼저 한-미-일 협력체제로부터 내쳐질 수 있는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까이 가고자 했던 북-중-러의 기대 또한 충족시켜 주지도 못하고, 그래서 이들 국가의 분노를 사고 말이다.

9. 한마디로 이 모든 것은 한국정부가 잘못된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으로, 가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 다시 이야기하기로 한다.

<끝>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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