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인터넷은행 인가보다 규제 완화부터

금융부 김기혁기자




“중국 알리바바의 마이뱅크는 10만개에 달하는 빅데이터로 3분 내 대출 여부와 대출금리를 산정합니다. 계좌조차 없는 소외계층에 중금리 대출을 내주고도 안정적인 연체 관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규제 완화 없이는 국내 인터넷은행의 지속 성장도 ‘공염불’에 그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제3 인터넷은행 인가를 서두른다고 한들 흥행할 수 있을까요.”


한 금융권 전문가가 중국 마이뱅크 현장을 직접 다녀온 뒤 기자에게 전한 소회다. 중국은 빅데이터 활용이 자유로운 반면 국내는 개인정보보호 논리로 데이터 규제장벽이 여전히 굳건하다. 이 때문에 국내 인터넷 은행들은 통신비 납부 내역 등 수십개 수준의 ‘스몰데이터’를 개인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주인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비(非)금융 데이터를 금융 영역으로 끌어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지 못한 인터넷은행은 결국 기존 은행과 ‘파이’를 나눠 먹는 출혈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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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는 카카오뱅크의 선전에 안주했다가는 그동안 공들여온 핀테크 정책이 ‘무위’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대표적인 해외 인터넷은행 롤모델로 지목한 영국 아톰뱅크마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더 그렇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6년 정식 출범한 아톰뱅크는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이자를 지급해 예금을 유치하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며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다 결국 탈이 났다. 당기순손실 규모가 2019 회계연도(2018년4월~2019년3월) 기준 8,015만 파운드(한화 약 1,200억원)에 이른 것이다. 중국은커녕 영국보다도 내수 규모가 작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규제 완화 외엔 해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여전히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는 빅데이터 개방을 골자로 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14일 신정법 개정이 신용평가사 등에 특혜를 제공한다는 논리까지 폈다. 하지만 데이터 규제 완화의 혜택이 신용정보가 부족한 소외계층에게 돌아갈 것임은 자명하다. 모처럼 일을 시작한 20대 국회가 신정법 개정을 통해 혁신의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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