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마응곡 홍콩중문대 교수 "자유박탈 위기감이 시위대 분노 키워…중국군 무력개입 가능성 낮아"

警 시위진압 폭력성 갈수록 심화

트럼프 개입해도 중재역 못할 듯

마응곡 홍콩중문대 정치행정대학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홍콩=전희윤기자마응곡 홍콩중문대 정치행정대학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홍콩=전희윤기자



“자신들의 자유가 실제로 박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모은 동력이라면 시위대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경찰의 폭력성 때문입니다. 시위대에 ‘폭력적 분리주의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강압적인 경찰의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것입니다.”

마응곡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 교수는 2개월째 이어지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에서 경찰의 진압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것을 강하게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샤틴에 위치한 대학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시위대의 분노는 “경찰을 향한 것”이라고 정의하며 매주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지난달 21일에는 경찰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등 경찰의 폭력성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 교수는 홍콩의 행정자치권을 무시한 중국의 무력개입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자신들이 누려온 자유가 박탈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홍콩인들을 시위 현장으로 불러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 실행은 홍콩에 자치를 보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지난 2015년 중국 지도부를 비판하고 정부의 스캔들을 다룬 도서를 판매한 홍콩의 서점 관계자들이 중국으로 납치·연행된 사건을 언급하며 “송환법이 제정되면 중국의 이러한 통제가 합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폐쇄된 홍콩국제공항에서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기자가 시위대에 구금돼 구타당한 것에 대한 중국의 비난 여론이 격화한 것을 두고도 마 교수는 “중국의 프로파간다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홍콩 시위대는 폭력적이고 분리주의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이들에 대한 강압적 폭력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시위대가 가한 폭력과 경찰이 이들을 향해 매주 벌이는 폭행을 동일한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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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제기되는 중국군 무력개입에 대해서는 “사실상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홍콩 경찰 선에서 시위대를 저지하지 못했다는 오명을 남기기를 원하지 않을뿐더러 수많은 글로벌 자본이 흘러들어가는 ‘금융허브’인 홍콩으로 중국 군대가 투입돼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빚어진다면 이는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위 진압에 나선 홍콩 경찰의 폭력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 교수는 “시위대에 대한 강압적인 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송환법 반대시위의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적 사태 해결을 연일 촉구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마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언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 교수는 “이번 송환법 반대시위는 ‘리더가 없는 시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계·금융계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거리투쟁, 국제적 홍보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태를 외부에 알리는 집회를 이어간 것은 홍콩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글·사진=전희윤기자(홍콩) heeyoun@sedaily.com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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