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청론직설]"재난 예방 못지않게 사후대응 중요...풍수해보험 확대해야"

<박무종 한국방재학회장>

한반도 폭염·지진, 다중원인에 2차 피해 커져

방재 투자와 함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시급

중간이하 진도 대비 내진설계 유도책 고민하고

정책보험 활성화 등 복구비용 분담방안 마련을

박무종 한국방재학회장은 우리나라도 중간 크기나 약한 지진이 잦아지는 만큼 이런 현실을 감안해 강진은 아니더라도 중약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오승현기자박무종 한국방재학회장은 우리나라도 중간 크기나 약한 지진이 잦아지는 만큼 이런 현실을 감안해 강진은 아니더라도 중약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오승현기자



이달 4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폭염으로 중대본이 가동된 것은 지난해 폭염이 재난에 포함된 후 처음이다. 앞으로 폭염 기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경부는 앞으로 10여년 동안 폭염의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지진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경주에 이어 올해도 울진·상주 등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실감 난다. 지난 13일 박무종 한국방재학회 회장을 만나 폭염·지진 등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와 대응방안 등을 들어봤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럽 등 세계 곳곳에 폭염이 찾아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데 기후변화 때문인가.


△지구촌 곳곳에서 강수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예전과 달라지면서 어떤 곳에서는 호우가 발생하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보다는 기후변화라는 표현이 더 일반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매년 스위스 면적만큼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이에 따라 가뭄·호우·폭설 등 다양한 이상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도 기후변화 현상이 명백히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활동에 대한 결과라고 명시했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환경, 더 나아가 인간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폭염도 기후변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기후도 기후변화에 의해 온대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앞으로 10여년 동안 폭염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폭염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청에서는 6~9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일 경우 폭염 경보를 각각 발령하고 있다. 범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반도도 오는 2050년대와 2090년대에는 30도 이상인 날이 각각 35일, 65일로 과거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앞으로 폭염이 우리의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지난해에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폭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쿨링센터(쉼터)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응방안이다. 폭염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냉방시설이 갖춰진 장소를 지역 특성에 맞게 지정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피장소를 사전에 지정해주면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통상 재난은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로 대책을 수립한다. 폭염도 이런 과정을 빈틈없이 실행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예방과 대비 단계에서는 폭염 경고 시스템 구축, 폭염 취약계층 설정, 폭염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중요하다. 대응 단계에서는 쿨링센터 운영 등 주민들의 휴식공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복구 단계에서는 폭염에 대한 피해사례를 자료화하고 분석해 향후 발생할 폭염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수행성과를 평가해 대응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유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지진도 일상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지난해 포항·경주에 이어 올해도 울진·상주 등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1978년 홍성(규모 5.0), 2007년 오대산(4.8), 2014년 태안 근해 (5.1) 등 간헐적으로 지진이 발생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2016년 경주 지진을 시작으로 경주·울진·상주 등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빈번해지는 이유로 한반도 내에 활성단층이 위치하고 있다거나 환태평양지진대에 위치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경주 지진에 대해서는 여진이 아닌 비슷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는 군발지진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아직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의견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가지로 정의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연구·조사가 더 필요하더라도 내진설계 강화 등 체계적인 지진대응 시스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2008년에 지진재해대책법이 제정되면서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등 어느 정도 준비는 된 상황이다.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을 경험한 후 그 체계를 다시 한 번 검토하는 등 대응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진설계의 경우 설계시공 단계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중간 크기나 약한 지진(중·약진)에 대한 산업시설물의 구조적인 내진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강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약진에 대비한 설계를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 역시 지진으로 사업활동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큰 규모의 지진이 아닌 중·약진은 시설물이 붕괴될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지만 생산시설이나 물류시설의 기능을 일시적이나마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재난은 특정 지역이나 일부 시민들이 아닌 모든 국민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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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설계 등의 대책은 정부나 지자체의 몫이지만 막상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일반 국민들의 현명한 대응이다. 유사시 당황하지 않고 재난방송을 청취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몸을 보호한 후 재난방송 상황에 따라 주변의 피해자를 대피시키거나 병원으로 후송하는 데 힘을 보태기 바란다. 침착한 대응을 위해서는 민방공훈련, 화재나 지진 대비훈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재난은 하나가 아닌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

△몇 해 전부터 대형 복합재난이 주요 방재 이슈로 부상했다. 복합재난은 발생원인이 두 가지 이상인 재난을 뜻하는데 더 넓은 의미가 있다. 재난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추가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피해, 주민들의 불편함 등 2차적 피해를 포함한다. 기후변화로 점점 강력해지는 자연재해가 도시에서 발생해 교통마비·화재 등 부가적인 인적재난을 유발, 대형 복합재난이 발생하고는 한다. 대형 복합재난 대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와 예방이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재해에도 저소득국과 고소득국의 사망자 수는 약 20배 차이가 난다. 이는 방재 분야에 대한 투자의 격차 때문이다. 중앙·지방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통합재난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난·인적재난의 위험요소를 모두 도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수립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유관부서와 연계한 통합대응훈련을 통해 재난 발생 시 대처능력을 평소에 향상시켜야 한다. 지방의 경우 지역적 특성과 상황에 맞는 유형별 재난관리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보다 재난이 빈번한 일본·대만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협력체제를 구축해 재난 원인 등을 공유하고 대응책 마련을 위한 교류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준비와 예방 못지않게 복구·보상 등 재난 사후대응도 중요할 텐데.

△재난이 발생한 후 수습은 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몫으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수 있는 복구비용이 그렇다. 앞으로 크고 작은 재난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아 이를 예산으로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관리방안이 시급한데 보험료 일부를 국가 및 지자체가 보조하는 정책보험 확대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우선 지금 운영되고 있는 풍수해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 캠페인 등을 통한 홍보를 강화해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다양한 재난이 발생하는 만큼 보험의 종류를 세분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재난관리를 하고 있는지.

△2003년 여름 유럽에서 발생한 심한 가뭄과 폭염은 엄청난 사회·경제·환경적 영향을 초래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5,000명에 달하고 많은 산림 면적이 산불로 파괴됐다. 특히 수중 생태계와 빙하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를 계기로 2004년부터 프랑스에서는 매년 폭염 계획을 수립해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구호활동을 제도화하고 있다. 영국도 2008년부터 기후변화법을 제정했고 미국에서는 야외근로자를 고온의 환경에서 보호하는 내용의 법을 워싱턴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각종 자연재해를 자주 경험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대응·복구 정책이 어느 나라보다 잘 갖춰져 있다.

-방재학회가 설립된 지 20년이 다 돼가는데 성과와 계획은.

△한국방재학회는 2000년 창립된 재난관리 전문학회로서 회원 수가 5,000명에 달한다. 관련 연구 분야를 선도하면서 논문집도 연간 300편 이상 출간하고 있다. 재난관리 담당부처인 행정안전부와도 다양한 학술행사 및 정책자문을 통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학회 창립 취지에 맞게 학회의 선진화와 질적 성장을 추구해나가도록 하겠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He is…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영동고, 고려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6년부터 ㈜대우에서 댐 전문가로 근무하다 1997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설립과 함께 합류해 연구관으로 일했다. 1999년부터 한서대 인프라시스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행정안전부 안전한국훈련 중앙평가단 부단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키스 후스 후’에 등재된 방재 전문가로 2017년 3월부터 한국방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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