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씨가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수하기에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갔지만 당직 경찰은 “종로서로 가보라”며 피의자를 돌려보낸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 사이 피의자가 마음을 바꿔 자수 계획을 철회했을 경우 사건 해결이 어려워졌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19일 “A씨가 지난 17일 새벽 종로경찰서에 범행을 알리기 전 서울청 정문 안내실에 자수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밝혔다.
A씨가 서울경찰청을 방문한 당시 안내실에는 의경 2명과 경사급 경찰관 1명이 있었다. 안내실 직원이 “구체적인 내용이 뭐냐. 뭣 때문에 자수하러 왔느냐”고 묻자 “강력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재차 A씨에게 방문 이유를 물었지만 A씨가 답하지 않자 가장 가까운 경찰서인 서울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안내했다. 약 1~2분간 안내실에 머물던 A씨는 그곳을 나와 오전1시3분 종로서 정문에 도착했다. 종로서는 조사 이후 A씨를 관할경찰서인 고양경찰서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자수하지 않았을 경우 사건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자수는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다. (당직자가) 경찰차를 불러서 종로서로 데려다 주고 (자수하는 것을) 확인하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자수하러 온 민원인을 원스톱으로 처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감찰조사로 관련자를 엄중 조치하겠다며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