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수요일] 연년생

- 박준


아랫집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 형 지훈이는 어머니, 어머니 하며 울고 동생 지호는 엄마, 엄마 하고 운다 그런데 그날은 형 지훈이가 엄마, 엄마 울었고 지호는 옆에서 형아, 형아 하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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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5A38 시로여는수욜



오로지 검은 먹만을 사용하는 수묵 화가들은 어떻게 흰 달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달의 내부가 아니라 바깥을 검게 칠해 이 딜레마를 간단히 해결했다. 이른바 홍운탁월법이다. 이 시야말로 홍운탁월법의 탁월한 시적변용이라 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사건은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 사건의 주변부만 묘사하고 있다. 슬픔에 철든 연년생 형의 ‘어머니’가 ‘엄마’로 무너지고, ‘엄마’라는 실존을 상실한 연년생 동생이 ‘형아’를 부르는 풍경만으로 사건의 중심을 달처럼 드러내고 있다. 중심이 비어 있어 우는 종처럼 변죽을 때려서 큰 메아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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