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안보

"군사위협 말라" 대화 거부한 北…한미일 안보공조 강조한 비건

北, 한미동맹 약화 노림수…일괄타결식 빅딜도 불만

29일 최고인민회의 후 이르면 내달초 협상복귀 전망도

김현종(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북한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가운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2일 한미일 안보 공조를 강조했다.

한일갈등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의 핵심전략인 한미일 대북공조가 약화하는 데 따른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건 대표와 만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북미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것 같다고 밝힌 만큼 이르면 29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가 끝나는 다음 달 초에 비핵화 시계가 다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전날 비건 대표가 “북한의 카운터파트(대화 상대방)로부터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측에 실무협상에 응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오후 청주 공군기지에서 스텔스 전투기 F-35A가 비행을 마친 뒤 착륙하고 있다. 이날 비행을 한 006호기는 지난 3월 29일 한국에 도착했다./청주=연합뉴스


북한은 대화를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로 한미의 군사적 위협을 들고 있다. 이는 곧 있을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군비축소 등 한미동맹을 약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변인은 한국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을 비판하며 “미국이 최근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일본을 비롯한 조선반도 주변 지역들에 F-35 스텔스 전투기들과 F-16V 전투기들을 비롯한 공격형 무장 장비들을 대량투입하려 하면서 지역의 군비경쟁과 대결 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최대로 각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는 명분으로 군사적 위협을 들고 있지만 진짜 속내는 비핵화 방식과 관련, ‘일괄타결식 빅딜’이라는 미국의 태도를 바꾸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한 뒤 협상에서 하나만 얻어내도 남는 장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종 목적은 제재완화인데 협상 전에 그걸 얘기하면 말이 안 되니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걸고넘어진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 방식에 태도변화가 없는 미국과 만나봐야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 돕는 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미 실무협상이 교착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은 동북아에서 미국과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북한에 쌀 80만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중국은 경제적 지원을 넘어 16일 북중 군 수뇌부 회담을 개최하는 등 북한과의 군사 공조까지 강화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중 협력이 경제를 넘어 안보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갈등의 격화가 한미일 대북공조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미일 대북공조의 틈이 벌어지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포기하게 하려면 미국과 한중일 3국의 연대가 불가결하다”며 “한일의 대립이 장애가 되는 사태를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한국 정부가 대북공조 정책의 핵심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에 앞서 비건 대표를 만난 김 차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공조 방안을 논의했다며 “한미일 관계에 대해서도 비건 쪽에서 먼저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측이 한미일 대북공조를 위한 지소미아 연장을 한국에 요구했음을 시사한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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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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