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판결인사이드] 주식 양도 제한 약정의 효력

주주간 계약으론 양도 못막아

정관에 명확한 제한규정 둬야

법무법인 바른 한태영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한태영 변호사



올해 초 주식을 양수 받기 위해 주식매매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의뢰인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주식매매계약의 상대방이 갑자기 제3자에게 주식을 양도했고, 이를 양수한 제3자가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를 하는데 어찌해야 하냐”는 의뢰인에게서 당혹감이 전해져왔다.

의뢰인은 양도인에 대한 손해를 배상받는 방법으로 양도인의 유일한 재산인 주식을 취득하려 했다. 하지만 양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양도해 상황이 꼬여버렸다. 관련된 다른 법적 문제가 있어 해당 주식에 대해 가압류 등을 할 수 없었다. 특히나 해당 주식은 양도인과 의뢰인 사이의 주주간 계약으로 주식 처분이 제한되고 있는 주식이라 의뢰인은 주식이 양도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대처방안으로 회사는 먼저 제3자가 주식을 양수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명의개서 거절). 당시 주식은 주식담보계약에 의해 처분이 제한되고 있었고 회사도 그 계약의 당사자로 포함되어 있어, 양도를 인정할 경우 회사의 계약위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나아가 제3자는 주주로 인정될 수 없으니 주주로서의 권리(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권) 또한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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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주주명부에의 기재 또는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었다는 등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않고 회사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148342 전원합의체 판결)”며 “위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않고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또 제3자가 주주명부상 주주로 기재되어 있지도 않고,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었다는 등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다는 점도 소명되지 않았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제3자의 청구를 기각했고, 결국 간접적으로 양도인의 주식 양도 시도는 무력화됐다.

이번 판결은 상법과 정관에 의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주식양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한하는 경우에도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정적으로만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보통 주주 간 계약으로 주식의 양도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는 통상적이지 않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양도가 제한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위반하더라도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을지언정 양도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주주들 사이의 개인법적 영역과 회사라는 사단법적 영역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양도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고자 한다면 상법에 따라 정관에 주식양도 제한에 대해 규정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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