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남방서치] 수출다변화서 부품소재 육성으로 방향 바꿔야

■對아세안 협력 강화의 조건

<권율 대외경제정책硏 선임연구위원>

과도한 무역 불균형으로 리스크 커져

저임금 활용한 제조업 투자 진출보단


기술이전·확산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내수시장 키우는 통상인프라 강화필요



한 미얀마 노동자가 양곤의 틸라와 경제특구에 있는 일본 스즈키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한 미얀마 노동자가 양곤의 틸라와 경제특구에 있는 일본 스즈키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미중 무역분쟁이 확대되면서 중국을 우회한 대미시장의 진출기반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까지 가세하는 등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신흥시장으로 부상하는 동남아시아국가와의 협력기반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격화되고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과 안보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인도 등 주요 신남방국가들과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ASEAN도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일본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 균형외교를 전개하면서 한목소리로 ASEAN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이든 일대일로든 선택을 강요받지 않고 국익과 필요에 따라 참여하면서 지역협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중 간 균형에 중점을 둔 ASEAN의 외교전략은 신남방정책과 맞닿아 있다.


ASEAN은 중국에 이어 2위의 교역대상지이고 지난해 교역규모는 1,598억달러에 달한다. 정부는 ASEAN과 오는 2020년까지 교역규모 2,000억달러를 목표로 기존의 한·ASEAN 자유무역협정(FTA) 외에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과 양자 FTA 협상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투자진출이 확대되고 관광 및 인적교류도 급증해 지난해 상호방문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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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과의 분업관계를 고려할 때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아베 신조 정권은 대한국 수출규제라는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과 역내 분업관계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흔들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고자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 중이지만 중일관계 개선과 삼각협력을 통해 ASEAN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가치사슬과 역내 생산네트워크에서도 한일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ASEAN과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상생의 경협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넥스트차이나로 부상하는 아세안과 인도를 연결하는 가치사슬을 다각화하고 산업 협력기반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무역흑자가 400억달러에 달하는 동남아는 우리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지만 과도하게 무역 불균형이 지속되면 교역 및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게 된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전기·전자 업종에 우리 기업의 투자진출이 집중되면서 양국의 교역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쌓이면서 통상마찰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산업 협력기반을 강화하고 효과적인 기술이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한계산업 중심의 투자진출보다 부품소재 산업 투자를 확대해 현지 부가가치율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수출 다변화 전략보다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을 통해 생산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적극적인 협력기반 확대가 중요하다. 과도한 흑자구조에 안주하지 말고 ASEAN의 산업 및 무역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 중심의 생산활동에 중점을 두고 미국이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우회수출기지로서 ASEAN 시장을 공략해왔지만 앞으로는 동남아 시장의 성장잠재력과 내수시장의 확대에 부합하는 시장진출형 투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에서 부품소재 산업 육성과 산업발전 단계에 부합하는 기술이전·확산을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통상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동남아 주요국들은 신성장동력과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새로운 협력기반 확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데이터경제·인공지능(AI)·바이오헬스 등 주요 협력사업을 바탕으로 우리 중소기업이나 정보기술(IT) 기반의 다양한 사업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역내 개발격차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은 선발국가이지만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은 하위중소득국이고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는 여전히 최빈국에 머물러 있다. 베트남은 외국인투자가 급증하면서 최빈국에서 중소득국으로 진입했지만 제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에 불과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2,500달러 수준이다. 임금 수준도 중국의 3분의1 정도여서 아직 내수시장 진출에 많은 제약요인이 있다. 서비스·금융·유통시장 등 내수시장 진출은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신성장동력에 기반한 투자진출과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통상인프라를 통해 양자 간 FTA 체결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다음주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순방일정이 예정돼 있다.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이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것이다. 아세안 역내 개발격차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태국을 포함 라오스·미얀마 등 급성장하는 메콩강 유역국가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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