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2·4분기 중간배당금이 3조7,000억원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4분기의 최고치 기록을 바로 갈아치운 것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의 여파로 상장사 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배당잔치’는 투자 여력을 잠식하는 등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2·4분기 투자자에게 지급된 중간배당금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를 합쳐 총 3조7,77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2·4분기의 3조6,308억원보다 1,468억원(4.0%) 증가했다.
문제는 기업 ‘곳간’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배당금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20.7%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마른 수건 짜내기’ 식으로 배당을 늘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외의 불투명한 경영환경에도 수탁자 책임원칙(스튜어드십코드) 등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 ‘드라이브’와 외국계·기관들의 압박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없는 살림에 고배당을 쥐어짜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기업의 배당금 규모는 분기별·연도별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1·4분기 1조1,951억원이었던 분기배당금은 2018년 1·4분기 2조7,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2·4분기 중간배당금도 2017년 2·4분기 대비 증가폭이 70% 이상이었다. 지난해 전체 배당금은 코스피(546개사)만 해도 30조3,59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기업들은 배당이 무조건 ‘많아야 좋은 것인지’ 반문한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배당성향은 평균 5.05배로 선진국 집단인 주요7개국(G7)의 4.7배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수익과 비교해 작지 않은 규모의 배당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그동안 낮았던 배당 수준을 많이 따라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의 배당 수준이 비교적 낮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수익확대 또한 배당 못지않게 주주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