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배라서 부끄럽다"…서울대 총학, 조국 규탄 2차 촛불집회 개최

재학생과 졸업생 800여명 참여

참석 학생 "집회 확산 바람직"

정준길 전 한국당 대변인도 발언

총학 "총학의 입장과는 무관"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대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대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은 촛불 하나 켜보면 달라지는 게 너무나도 많아.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던 내 주위엔 또 다른 초 하나가 놓여 있었기에….”

28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가수 지오디의 ‘촛불 하나’가 울려 퍼졌다. 오후 8시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참가자들이 모여들자 불빛은 점점 밝아졌다. “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등 구호도 광장을 울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딸 조모(28)씨를 둘러싼 의혹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는 이날 총학생회 주최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800여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석했다. 서울대에서는 지난 23일에도 개인 단위 학생 주최로 조 후보자를 규탄하는 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총학 임원진의 연설로 막을 올렸다. 도정근 총학생회장은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은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완전히 배반하는 것”이라며 “조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소명과 사과를 내놓으며 후보자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민 부총학생회장 역시 “국민과 대학생들은 납득 가능한 설명과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회적 부조리와 비상식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총학생회의 당연한 책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위해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재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경제학부 17학번 강동훈씨는 “조국 교수님은 7년 전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기준에서 경제 상태 기준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셨다”며 “일관성을 따졌을 때 따님의 장학금은 성적과 경제력 중 어떤 기준으로 정당화되나”고 말했다. 강씨는 또 “어째서 조국 후보자를 조국 교수님이 비판하고 계시나”라며 “때에 따라 잣대가 휘고 부서지기도 하는 분이 어째서 우리나라 법무부 장관의 적임자라는 것인가”라고 조 후보자의 태도를 비판했다.

관련기사



1차 집회를 주도했던 화학생물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1년차 홍진우씨도 “후안무치의 태도로 일관하는 조국 교수님이 선배라서 부끄럽다”며 “입으로만 정의를 외치는 자에게 법무부 장관의 자격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씨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이젠 그만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컴퓨터공학부 17학번 한상현씨 또한 “어떻게 2주 만에 (딸의) SCI급 논문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라며 “공정성과 정의를 말씀하시던 분(조 후보자)이 ‘법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조 후보자 규탄 분위기가 확산하는 최근 추세가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과대 18학번 신모씨는 “학창시절 동안 학업에 매진해 서울대에 진학했는데 조 후보자의 딸은 ‘프리패스’로 입학한 것에 분노감이 든다”며 “조국 측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총학생회장의 잘못이 있다고 물고 늘어지는 조국 지지자들의 행태에도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씨는 “의견을 낼 수단이 투표뿐인 현실 속에서 (집회 개최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라며 “전체적으로 들고 일어나면 현 정권의 잘못된 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학부 13학번 우모씨도 “조국 일가가 공정하지 못한 절차로 사적 이익을 누린 점에 분노해 집회에 참여했다”면서 “대학생들이 주도해 각종 의혹에 대한 조국의 해명을 촉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촛불집회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 300여명도 참여했다.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전 변호사를 포함한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앞서 주최 측은 “특정 정당, 정치 성향에 쏠린 정치 성격의 집회가 아니다”라며 정치 세력 관계자의 출입을 금지했지만, 이들과 주최 측 사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한편 집회 이후 총학은 현장 즉석 발언자 중 한 명이 정준길 전 자유한국당 서울특별시당 광진구을 당협위원장이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정 전 당협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자유한국당 대변인을 지냈다. 이에 총학은 집회 해산 후 “현장발언자 중 현직 정당인이 포함된 것을 파악했다”며 “현장 발언의 내용은 사전에 총학생회와 조율되지 않았고 총학생회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힌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해당 발언자에게 집회 취지를 위반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희조·서종갑기자 love@sedaily.com

이희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