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머리카락을 잘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은 시즌 전에 비해 2~3㎏ 오히려 쪘거든요.”
살이 빠진 것 같다는 인사에 김효주(24·롯데)는 반대로 체중이 늘었다면서 밝게 웃었다. ‘천재소녀’로 불리며 필드를 주름잡다 최근 몇 년 새 주춤했던 그는 요즘 부지런히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4개 출전 대회에서 준우승 두 번 등 톱10에 아홉 번 들었다. 6월 아칸소 챔피언십과 지난달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다. 라운드당 퍼트 수 1위(27.92개), 톱10 진입률 1위(64%), 평균타수 2위(69.26타)다.
일시 귀국해 지난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나갔고 29일 춘천 제이드 팰리스GC(파72)에서 시작된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원·우승상금 3억5,000만원)에도 출전했다. 하이원리조트 오픈 때 첫날 4오버파 공동 94위로 출발하고도 2언더파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치는 저력을 선보였던 김효주는 이번 대회는 첫날부터 3언더파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낙뢰 예보로 경기가 2시간 중단되면서 상당수 선수가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한 가운데 18홀을 다 마친 김효주는 박현경, 하민송과 함께 69타로 선두권에 나섰다. 버디 4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았다. 4개 파5 홀에서 버디 퍼트 3개를 넣었다. 두 홀을 남기고 일몰로 돌아선 박신영이 5언더파 선두다.
경기 후 김효주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컷 탈락(76-72타)했는데 올해는 최근 좋은 흐름이 반영된 것 같다”며 “(LPGA 투어 동료인) 지은희 언니가 어제(28일) 스윙을 봐주면서 조언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우승까지 내달리면 KLPGA 투어 통산 10승이다.
김효주는 아마추어 시절에 이미 한국·일본·대만의 프로 1부 투어 대회에서 한 번씩 우승하는 등 미국 진출에 앞서 11승을 쓸어담았다. 하지만 2015년에 건너간 LPGA 투어에서는 3승에 그치고 있다. 2016년 1월이 마지막 우승이다. 지난 시즌 뒤 국내 복귀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유턴 대신 띄운 승부수가 꽤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마침 올해가 후원사와 계약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김효주는 미국 진출 전 롯데와 5년간 65억원에 계약했다.
그는 아직 ‘재기’ ‘부활’ 같은 말을 듣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올 시즌 정말 잘하고 있지만 만족스럽다는 느낌은 아직 없다. 운동선수니까 1등을 해야 만족감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LPGA 투어 우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압박감까지는 아니지만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아이언 샷 감각 덕분에 재기 조짐을 보이는 김효주는 이 대회 뒤 국내에서 휴식하는 동안 골프채는 잡지 않고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할 계획이다. “시즌 초보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줄어서 거리를 늘리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다음 출전 대회는 9월26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이다. 이때부터 시즌 종료까지 모든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노크할 계획이다.
/춘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