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동북아 안보주도권 상실우려 커진 美…韓 이어 日도 압박

[후폭풍 거세지는 '지소미아 종료']

■에스퍼 美국방 "한일 양측에 매우 실망"

한일갈등이 亞전략에 악영향

트럼프 對北성과도 차질 우려

美 고위급, 日에도 첫 책임론

한일 국장급협의, 화이트리스트 등 논의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장관./로이터=연합뉴스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장관./로이터=연합뉴스




가나스기 겐지(왼쪽)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9일 오후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성현주기자가나스기 겐지(왼쪽)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9일 오후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성현주기자


3015A08 한미일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국에 대한 비판에만 열을 올리던 미국이 28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일본에 대한 실망감을 표명했다. 일본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기류가 변화된 것은 한일갈등 장기화가 미국의 동북아 안보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군사적 운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료의 첫 비판은 한국정부가 아베 신조 내각의 수출규제 조치로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를 사실상 초치했다. 이는 한미동맹에서 이례적인 사건으로 외교가에서는 한일갈등 상황에서 친일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한국정부가 강력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일갈등의 여파가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질 경우 외교적 성과로 과시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 대사는 한국정부의 해리스 대사 면담과 관련해 “한국의 이번 조치를 한미 ‘갈등’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일종의 ‘논쟁’으로 볼 수 있고 이는 건강한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지속적으로 워싱턴과 서울의 틈을 벌리려 한다며 이번 일이 북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일 지소미아 연장에 사활을 거는 것은 견고한 한미일 삼각동맹이 동북아에서 중화질서의 부활을 꿈꾸는 중국의 팽창을 저지할 1차 포위망이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경제에서 안보로 확전되자 중국은 전통적인 우방이며 대륙국가인 북러와 군사 공조를 강화하며 미국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독도 영공을 무단침입한 것도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의 약화를 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016년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가 한일 양국을 압박해 지소미아 체결을 성사시킨 것도 한미일 삼각협력 체계를 통해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서였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에게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더 큰 위협 등 직면하고 있는 공동의 위협이 있다”며 “우리는 함께 협력할 때 더욱 강해진다”고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경제·안보적으로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일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외교채널을 통해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절차 우대국가 목록)’에서 제외한 후 한일 외교 당국 간 협의가 이날 서울에서 열렸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지소미아 종료 및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등 한일 간 문제를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국장은 가나스기 국장에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수출관리 당국 간 대화를 요구했다. 일본 측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나타내며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일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의 원인이 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름대로 해결책을 마련한 뒤 미국의 중재를 통해 일본과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미국은 전날 조 차관이 해리스 대사를 불러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열린 한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개 강연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우리가 동북아에서 직면한 심각한 안보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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