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세수 0.9% 줄고 적자국채 60조...4년뒤 나랏빚 1,000조

[내년 514조 초슈퍼예산]

'300조→400조' 6년이나 걸렸지만 3년만에 500조 시대

세수 줄어도 확장재정...2023년엔 총지출 600조 넘을 듯

내년 적자국채 26조↑·관리재정수지 적자 72조 역대최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513조원이 넘는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513조원이 넘는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정부가 2년 연속 증가율 9%대의 초(超)슈퍼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업황 둔화로 법인세가 급감하는 등 내년 거둬들이는 세금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확장재정을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60조2,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되는데 이는 올해보다 26조원 늘어난 수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예산은 내년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하고 3년 만인 오는 2023년 또다시 6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3년 단위로 ‘400.5조→513.5조→604조’=정부가 이날 확정한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 2009년(10.6%) 이후 10년 만에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올해(9.5%)에 이어 2년 연속 9%대의 팽창 예산이다. 내년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인 3.8%를 두 배 이상이나 웃돈다.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재정을 푸는 게 배 이상 빠르다는 의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경제의 어려움을 재정이 적극 보강한다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총지출에서 3분의1가량을 자치하는 보건·복지·노동 지출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청년과 노인 일자리 사업이 포함된 보건·복지·노동 분야 증가율은 12.8%에 달한다. 161조원에서 181조6,000억원으로 20조6,000억원이 늘어나는 것인데 이는 전체 예산 증가폭 43조9,000억원의 절반에 가깝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27.5%)와 연구개발(R&D)(17.3%) 분야 예산도 큰 폭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 첫 예산 편성 때 20%나 대폭 삭감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이번에 12.9% 대폭 늘렸다. 12개 분야의 예산이 올해 대비 모두 늘어나면서 총지출 400조원 시대를 연 지 불과 3년 만에 5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300조원(2011년)에서 400조원(2017년)을 넘어서기까지는 6년이 걸렸는데 3년 만에 500조원 시대를 여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3년 후인 2023년에는 예산 규모가 604조원까지 불어난다. 올해 239조3,000억원 규모인 의무지출은 302조8,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의무지출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워 경직성 예산으로 불린다.





헌신짝 된 재정 건전성 가이드라인=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출을 과연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정부가 이날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5년간 총지출은 연평균 6.5% 증가한다. 반면 총수입은 같은 기간 3.9% 증가하는 데 그친다. 특히 국세수입 연평균 증가율이 3.4%에 머문다. 당장 내년에는 국세수입이 292조원으로 올해 294조8,000억원보다 0.9% 줄어든다. 법인세가 64조원대로 18.7% 급감하는 등 세입 여건이 안 좋기 때문이다.


수입은 주는데 지출이 느니 곳간은 휘청거린다. 올해만 해도 나가는 돈(469조6,000억원)보다 들어오는 돈(476조1,000억원)이 6조5,000억원 많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수입이 482조원에 그칠 것으로 보면서도 지출은 513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그 결과 줄곧 큰 폭의 흑자를 유지해 온 통합재정수지(수입-지출) 적자가 3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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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보다 지출이 더 큰 구조 탓에 대표적 재정 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 수지)의 악화일로도 자명하다. 올해 37.1%로 예상되는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39.8%까지 올라 2021년 40%를 넘어선 후 2023년 46.4%까지 급등한다. 정부는 내년에 수입을 31조5,000억원이나 웃도는 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적자국채를 올해보다 26조4,000억원 많은 60조2,000억원 찍을 계획이다. 한 해 발행하는 적자국채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국가채무는 2023년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경기 상황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급격한 재정수지 악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출 구조조정 등 재원 확보에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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