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붕괴로 대혼돈에 빠졌던 이탈리아 정치권이 진통 끝에 새로운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28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현 총리가 이끄는 연정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당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정한 협상 만료일까지 총리 및 부총리직을 놓고 줄다리기한 끝에 콘테 총리의 유임으로 의견을 모았다.
콘테 총리는 극우정당 동맹이 연정 붕괴를 선언한 후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마타렐라 대통령의 요청으로 새 연정 협상 기간에 기존 내각을 이끌어왔다. 무소속이지만 정치 성향은 오성운동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 총리는 29일 오전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새 내각 구성 권한을 부여받은데 이어 내각 명단과 정책안 마련을 위해 오성운동-민주당과의 협의에 나섰다. 이를 대통령이 승인하고 의회가 표결로 신임하면 새 연정이 공식 출범한다. 새 연정은 오는 2023년까지 이탈리아를 이끌 수 있다.
당초 불가능해 보이던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연정이 현실화하면서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무너뜨린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동맹과 서유럽 최초의 극우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하면서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맡아 승승장구해온 살비니는 조기총선을 통한 단독집권을 노리고 연정 파기라는 승부수를 띄운 바 있다. BBC방송은 “살비니의 ‘도박’은 자신의 정적들이 손잡을 가능성을 간과했다”며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치철학이나 지지기반 측면에서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공통점이 거의 없어 연정이 구성되더라도 장기간 한배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2020년 예산안 등 핵심 정책안과 주요 장·차관 인선을 놓고 갈등을 되풀이할 경우 연정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성운동은 야당이었던 지난해 3월까지 집권 민주당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한편 연정 합의로 조기총선 우려가 해소되면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985%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TD증권의 푸자 쿰라 투자전략가는 “정국이 상대적으로 안정되면 이탈리아 채권으로 해외 투자가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