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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결론도 안났는데 '승계 유탄'...삼바, 수주 차질에 글로벌 경쟁력 타격

[대법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벼랑 끝 몰린 삼바]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청탁했다고 사실상 판단하면서 이미 분식회계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앞으로 나올 법원 판결에서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수주 차질을 비롯한 삼성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장기간에 걸친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로 삼성바이오의 사업 차질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로 건립한 제3공장에 비상이 걸렸다. 제3공장은 지난해 말 준공, 시생산에 돌입했지만 업계에서는 가동률이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분식회계 수사로 김태한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대외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수주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바이오가 최종적으로 수주에 성공한 계약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한다. 최악의 경우 첨단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지은 제3공장을 놀리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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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평 규모로 준비 중인 제4공장 신축 등 삼성바이오의 미래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CMO 전문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공장 증설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채 경쟁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와 함께 ‘K바이오’의 대표주자로 주목받았던 셀트리온은 오는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놓으며 연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올 2·4분기 매출액 781억원에 영업손실 154억원, 당기순손실 134억원으로 올 들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액은 40% 가까이 급락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당초 증권가 예상치보다 하락 폭을 키워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앞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까지 현실화하면 삼성바이오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 설립 당시 주요 글로벌 바이오 기업 수장을 일일이 만나 수주계약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꼽힌다. 무명 바이오 기업에 불과했던 삼성바이오가 로슈·BMS·선파마 등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였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계속되는 분식회계 논란에 이어 그룹 총수의 경영 공백이라는 위기에 또다시 내몰리면서 삼성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조속히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시민단체 등의 여론에 떠밀려 갈팡질팡하는 것이 ‘K바이오’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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