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20vs80의 사회]상위 1% 아닌 20%가 불평등 재생산

■20 vs 80의 사회

리처드 리브스 지음, 민음사 펴냄




어떤 환경과 배경에서 나고 자랐는지가 향후 삶을 좌우한다는 뜻의 ‘금수저’ ‘흙수저’ 식의 수저론은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진 우리 시대의 현실을 꼬집는다. 여기 ‘기회 사재기’라는 말도 새겨볼 만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틸리(1929~2008)가 저서 ‘지속되는 불평등’에서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칼 마르크스가 즐겨 사용한 ‘착취’가 타인의 노동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불공정하게 빼앗아오는 것이라면 ‘기회사재기’는 무엇을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확보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이미 확보한 접근권을 차지함으로써 다른 이들이 그 자원을 누리지 못하게 막는 것이 ‘기회 사재기’이다.


영국 출신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상위 20%의 중상류층이 불평등한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이 기회 사재기를 지목한다. “이는 중상류층이 실력을 갖춰서가 아니라 경쟁의 판을 조작해서 승자가 될 때 발생한다”는 저자는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불공정한 대학 입학 절차, 그리고 인턴 기회의 불공정한 분배”를 정조준해 세대 간 계급 재생산을 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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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인 중상류층의 규모와 그들이 집합적으로 가진 권력은 도시의 형태를 바꾸고 교육 제도를 장악하고 노동시장을 변형시킬 수 있다. 또 중상류층은 공공 담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자, 싱크탱크 연구자, TV프로듀서, 교수, 논객이 대부분 중상류층이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부의 불평등에 관한 책들은 이미 숱하게 나왔지만 이 책은 그간 주류였던 ‘1%와 99%의 불평등’이 극소수의 부유층을 조준하던 것과 달리 중상류층 20%를 ‘보다 광범위하게’ 겨눈다. 1%와 99%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최상위층인 슈퍼리치에 대한 비판을 이끌었던 것이 중상류층 지식인들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계급에 대한 중상류층의 이중적 태도를 파헤친 이 책은 재벌과 부자들을 비판하던 ‘지식인’들이 정작 자신들의 자녀에게 특권을 물려주기 위해 부동산 투기나 위장 전입 등을 일삼는 우리의 현실과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부제는 ‘상위 20%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이다. 1만7,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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