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정치편향·마케팅에 악용되는 포털 실검

조국 후보 지지·반대 검색어 경쟁속

물타기식 나경원 의혹 키워드 뜨기도

기업 신상품 검색 유도 마케팅도 봇물

여론왜곡 논란 불구 마땅한 대책 없어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온라인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 서비스가 여론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정치 편향 집단의 여론전이나 특정 기업의 마케팅용으로 실검 순위가 오용·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이 촉발된 발단은 최근 벌어진 조 후보자 관련 실검 경쟁이었다. 조 후보자가 자녀 교육, 사모펀드(PEF) 투자 등 각종 의혹으로 야권의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그를 반대하는 측에선 ‘조국 사퇴하세요’라는 검색어를, 지지하는 측에선 ‘조국 힘내세요’라는 검색어를 실검 순위 1위로 올리려고 경쟁 했다. 그 결과 해당 검색어가 지난 27~28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실검순위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그후 이어진 주말간 실검 경쟁은 점입가경이었다. 8월 30일에는 ‘나경원자녀의혹’이, 9월 1일에는 ‘나경원사학비리의혹’이 주요 포털 상위권에 올라온 것이다. 이를 놓고 조 후보자 의혹을 물타기 위한 작전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마치 여론의 화살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돌리기 위해 일부 진영이 조직적으로 관련 검색어를 실검 순위 1위로 올리려 한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조 후보자 관련 실검 순위 공방이 드루킹과 같이 정치적 이해 목적으로 한 특정집단이 의도적인 여론왜곡 차원에서 주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조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를 온라인으로 표출하고 싶어하는 불특정다수의 의사표현 경쟁인지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일부 정치적 편향을 가진 일부 집단이 마음막 먹으면 언제든지 포털 실검 순위를 조작해 특정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거나,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순위 논란으로 방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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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검 순위 서비스는 경제분야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주요 포털 서비스에선 뜬금 없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명 등이 실검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데 이는 특정 기업이 해당 상품 마케팅을 이벤트를 하면서 그 내용을 궁금해하도록 유도해 네티즌들의 검색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촉발된 데 따른 현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검 서비스에 편성해 마케팅업체가 검색어를 남용토록 유도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드루킹 사건으로 댓글 조작 논란 등의 직격탄을 맞았던 포털 서비스 기업들로선 1년만에 또 다시 정치바람을 타고 불어닥친 여론 왜곡 논란으로 난감하게 됐다. 이들 기업으로선 검색어 서비스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한 자체 기준을 이미 적용하고 있지만 이번 조 후보자 관련 실검 순위 경쟁과 같은 사례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어 중 음란하거나 불법·범죄·반사회성이 담긴 검색어의 노출을 자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담거나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검색어도 제한 대상이다. 또한 상업적·의도적으로 악용된 검색어나 행정·사법기관이 법령에 따라 노출을 막도록 요청한 검색어의 경우도 노출을 막고 있다. 카카오 역시 이와 비슷한 기준으로 검색어 노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조 후보자와 관련해 찬·반 진영이 서로 실검 1위로 밀어 붙인 검색어는 현행 노출 제한기준에 명쾌하게 들어맞는다고 판단 내리기 쉽지 않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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