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또 다시 한국 측의 강제 징용 배상 문제 선해결을 주장했다고 3일 일본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주장은 자민당 소속인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전 일본 관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지난 달 31일 3박 4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한 후 이날 일본으로 돌아갔다. 방한 기간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과 접촉했던 가와무라 간사장은 귀국 후 도쿄의 총리 관저를 방문, 이 총리 면담 결과 등을 아베 총리에게 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가와무라 간사장의 설명과 상관없이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한국 측의 강제 징용 판결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며 “국가와 국가 간 국제 약속을 제대로 지켜줬으면 한다. 이 한 마디가 전부”라고만 말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백색국가) 한국 배제 등 수출 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에 대한 언급 없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준수만을 또 강조한 것이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회동하기에 앞서 일본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방한 결과를 설명했다.
일본 방송 JNN에 따르면 가와무라 간사장은 “이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두 가지 문제의 동시 해결을 제안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취재진에게 “이에 (이 총리에게)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동시에 협의를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며 “두 사람은 한일관계 조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총리실은 “이 총리가 일본 측에 특별한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총리실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 종료 동시 해결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 총리는 지난 2일 가와무라 간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측이 취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한국도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설명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부당한 경제 공격’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달 28일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을 강행하자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계속하는 것을 몹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본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한일관계의 복원을 위한 대화에 성의있게 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6일과 27일에는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원상회복되면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를 재검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