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구성한 현산·미래에셋 일단 우위=당초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애경그룹과 KCGI만 입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실상 인수전 흥행이 실패하는 구도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이 손잡고 깜짝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이 많았던 애경이나 KCGI와 달리 현대산업개발은 현금성 자산만 1조1,670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해서다. 여기에 최근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미래에셋까지 가세해 자금력 측면에서는 불안요소가 거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딜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최종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주력업종이 건설업인데도 부채비율이 100% 초반대에 불과해 재무적으로 여력이 많은 곳”이라며 “그동안 건설과 정보기술(IT)·블록체인 등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여러 차례 드러낸 신성장 먹거리에 대한 갈증으로 이번 딜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최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몸값 부담으로=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매각가격을 둘러싸고 아시아나항공 1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채권단, 인수 후보자들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향후 제4의 후보자가 깜짝 등장해 기존 후보들과 합종연횡해 판도를 흔들 가능성도 남아 있어서다. 이달부터 진행되는 본실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돌발부실이 발견될 경우 거래가 아예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 중에서도 최대변수는 역시 매각가격이다. 일반적인 인수합병(M&A)에서는 매각자 측과 원매자 측이 협상을 벌이다 최종 합의를 도출해내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들고 있어서다. 이 CB가 모두 일반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전환가격에 따라 회사 최대주주가 산은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두고 금호산업과 산은, 인수 후보자가 ‘3각 줄다리기’를 벌이는 셈이다.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지분(31.05%)에 대해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내는 게 유리하다. 3일 아시아나항공 주가(5,540원)를 기준으로 한 지분가치는 약 4,000억원이다. 일반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가산하면 5,000억원 안팎에서 지분거래가격이 정해진다. 하지만 금호 측에서는 적어도 1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시가총액(약 3,500억원)만 따져도 이 정도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금호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인수자와 산은은 구주 가격을 낮추고 유상증자에 더 많은 돈을 넣자는 입장이어서 향후 매각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언제 또 드러날지 몰라”…잠재부실도 변수=아시아나항공의 잠재부실도 향후 인수전에서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우건설 인수를 선언했던 호반건설도 막판 실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해외사업장 변수를 발견해 인수를 공식 철회했다. 이번 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예비입찰을 몇 주 앞두고 한 대기업이 인수를 최종 포기했는데 검토를 해볼수록 부실이 너무나 커 정상화 자금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을 우려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순차입금 비율은 377.46%로 전년 말(273.45%)보다 104.01%포인트 증가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금이 5,000억원 넘게 늘었지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리스부채 편입으로 되레 순차입금 비율은 급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