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밤만 되면 근질근질한 다리...하지불안증후군 때문일수도

자면서 다리 움직여 수면장애 유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배 많아

철분제·도파민제제·작약탕 효과

30세 김모씨는 몇 달 전부터 저녁이나 잠들기 전에 다리가 저릿하고 불쾌한 느낌 때문에 다리를 자꾸 움직이게 돼 잠을 제대로 못 잔다. 허리 디스크인가 싶어 신경외과 진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최근에는 눕지 못하고 소파 등받이 등에 기대 쪽잠을 자 항상 피곤하다. 주변에서 신경과로 가보라고 권해 방문했더니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낮에는 괜찮은데 밤만 되면 주로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근질근질한 느낌, 바늘로 쿡쿡 쑤시거나 옥죄거나 전류가 흐르는 느낌 때문에 다리를 자꾸 움직이게 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움직이면 완화되니 수면장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두 배 더 흔하게 나타난다. 환자 4분의3 이상이 수면 도중 사지가 흔들리는 주기적 사지운동장애를 경험한다. 수면 중 각성 증상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혈압·심박수도 높아진다.

전체 인구의 10% 안팎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단순 불면증,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당뇨성 말초신경병증 등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대부분 발병 원인이 뚜렷하지 않지만 철분 부족과 당뇨병·콩팥병·알코올중독·파킨슨병·말초신경병증이나 심한 다이어트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방치하면 점점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가 저릿하고 근질근질하거나 쑤셔 자면서도 다리를 움직이느라 수면장애가 동반된다. /사진제공=고대안암병원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가 저릿하고 근질근질하거나 쑤셔 자면서도 다리를 움직이느라 수면장애가 동반된다. /사진제공=고대안암병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자면서 받는 수면다원검사나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지난해 7월부터 고혈압 환자가 잦은 각성·뒤척임 증상이 있는 경우 실시하는 수면다원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질환의 원인이 유전성인지, 특정 질병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빈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진단 결과에 따라 철분제를 먹거나 도파민작용제 등 약물치료로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며 “예방을 위해서는 혈액 생성, 철분 흡수를 돕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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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불안증후군 환자에게 작약감초탕 같은 한약을 단독으로 또는 도파민작용제와 함께 복용하면 도파민작용제만 복용한 환자보다 증상이 호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 특유의 감각 이상 증상은 뇌가 철 결핍 상태에 놓여 체내 아데노신A1 수용체의 기능이 저하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작약의 주성분인 파에오니플로린이 아데노신A1 수용체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혈압이 높고 약을 먹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두통이 있다면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인한 고혈압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을 방치하면 불면증, 심장·뇌질환 등은 물론 고혈압 위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낮 동안 햇볕을 쬐며 가벼운 스트레칭·체조를 한 뒤 다리 마사지나 족탕으로 피로를 해소해주는 것이 하지불안증후군 예방·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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