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입시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언급했다. 대학입시 문제는 수험생을 가진 부모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신경을 쏟는 뜨거운 감자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는 그 취지만을 놓고 볼 때 나무랄 점 없는 요소를 갖추며 발전해왔다. 초기에 도입된 논술고사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막고, 고전과 책 읽는 습관을 기르며 창의적인 글 쓰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졸업 입시성적 외에 고등학교 생활 전체를 알아보기 위해 고교성적과 생활기록부를 반영하도록 했고, 교과 이외의 특별활동이나 봉사활동도 고려하게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발전시켰다. 여기에 수학·과학 등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특기자전형도 추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논술고사 도입으로 학생들이 책을 읽는 대신 학교와 사설학원에서 논술을 배웠으며, 그 시험을 거쳐 들어온 수많은 대학생이 간단한 리포트도 제대로 쓰지 못해 컴퓨터의 복사(copy) 기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고등학교 성적을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한 결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딸의 성적 문제로 아버지인 교사가 법정에 서는 현상도 나타났고, 대외활동이나 특기를 권장하는 제도로 인해 조 후보자의 딸과 같은 고등학생이 의학논문의 제1저자가 되는 기현상도 나왔다. 이 같은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도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일례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논문, 공인 어학성적, 교과 외부 수상실적을 적지 못하게 했으며 자율동아리 참가 숫자도 제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정시 수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상론이 아니라 현실에 기초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학생부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기재금지 사항 추가처럼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사실 지금도 제외 사항이 많아 활용도가 제한되고 있다. 교사나 입시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학생 스스로 쓴 자기소개서에 0점 처리될 수 있는 내용이 들었는지를 확실히 알기도 힘들다.
정시 수능 확대로 회귀하는 것이 최근 실시된 고3학생 여론조사 결과처럼 공정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사교육비를 줄이고 부의 대물림을 막는 효과는 거의 없다. 현재의 수능도 제한 시간과 내용을 볼 때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지만, 인기 강사나 사교육 선생이 개발한 시험 치르는 기술을 반복적으로 습득할수록 높은 점수가 나오게 돼 있다. 수능 오답, 물수능과 불수능 논란으로 교육부 장관의 사퇴까지 거론되는 일이 다시 생길 수도 있다.
입시 상황이 많이 바뀐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이번 주까지 수능 원서를 내야 하는 현재 고3학생의 숫자는 지난해보다 6만명 줄었고 내년에는 추가로 6만명이 더 축소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입시경쟁이 완화된다는 뜻이다. 해외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도 많아 미국에 7만명, 중국에 6만명 수준이다. 국내 대입제도를 공정하게 고치더라도 전북교육감 아들의 사례처럼 외국 대학에 보낸 경우를 둘러싼 논란은 막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대학과 학과의 서열이 사회적 기준이 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손흥민이 국민의 영웅이 되고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하는 시대이다. 학위가 아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의한 채용을 확대하고, 현 정부 들어 공기업 대상으로 시행하기 시작한 블라인드 채용 방식도 문제없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발전 보완해야 한다. 현재 40% 초반인 청년 고용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만 높여도 우리 젊은이들의 사기가 크게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