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현지 사업자가 계약과 달리 운용…원금 10% 떼일 우려

KB 증권 濠 사모펀드 사고 왜

해외부동산펀드 49조로 급증 불구

철저하지 못한 실사 등 허점 드러나




해외 부동산펀드는 예금이자보다 높은 4~6%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대체투자처로 각광받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현지 실사와 계약 이행 확인 등 운용에 미숙함이 드러나면서 리스크 관리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은 사모펀드 ‘JB 호주NDIS펀드’ 역시 최소 가입액 문턱을 2억원으로 높일 정도로 자산가들에게 인기였다. 지난 3~6월 여러 개 펀드로 나눠 160여명의 자산가와 일반법인(904억원), 7개 기관투자가(2,360억원)를 대상으로 3,264억원어치가 팔렸다. 이 펀드는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털에 대출을 해주고 이 회사가 호주의 아파트를 매입, 장애인용 아파트로 리모델링한 후 여기서 임대료를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정부에서 임대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로 소개됐다.


그러나 KB증권과 JB자산운용의 실사 결과 현지 사업자가 아파트가 아닌 엉뚱한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2,015억원은 회수했으며 882억원 상당의 현지 현금 및 부동산에 대해서는 자산을 동결한 상태다. 그러나 약 10%에 해당하는 367억원에 대해서는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또 동결한 현지 자산도 실제 얼마나,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초 펀드 만기는 2년에 불과했으나 원금 회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투자 대상에 대한 실사가 미흡해 발행한 금융사고로 보고 있다”며 “당장 검사를 나갈 계획은 없으나 KB증권 측에 추가로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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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한금융투자가 3,000억원가량 판매한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독일 헤리티지 DLS의 투자자들도 속을 태우고 있다. 이 펀드는 싱가포르 운용사가 운용하는 부동산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부동산 개발이 지연되면서 원리금 회수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운용 사고들은 해외 부동산펀드가 급성장하면서 우려됐던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해외 부동산펀드는 공사모를 합쳐 49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9조7,000억원이나 급증한 규모다. 4~6%대 중수익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운용사가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발굴하려다 보니 리스크가 높은 물건에 대한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실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는 평가가 다수”라며 “개별 기업의 사건이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는 하겠지만 다른 자산운용사들 입장에선 유사 사례를 피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펀드를 운용할 때 투자 물건에 대한 실사를 이전보다 철저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양사록기자 hasim@sedaily.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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