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콘텐츠 제작 활동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아카데미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바마가 제작에 참여한 첫 번째 영화가 미국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일각에서는 수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후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매체 ‘쿼즈’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함께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그라운드프로덕션’이 만들고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미국 공장(American Factory)’이 강력한 오스카상 후보로 떠올랐다고 4일(현지시간) 전했다. 쿼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에미상 후보로 두 번 올랐다고 자랑하지만 오바마는 내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며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공장’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중국 자동차 유리 업체인 푸야오리(福耀璃)가 미국 업체를 인수한 후 벌어지는 경영 갈등과 직장 내 문화 충돌, 그리고 이를 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사실감 있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가 오스카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데는 비평가들의 호평이 한몫을 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지난 2월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처음 상영됐을 때 이 영화가 중국과 미국 노동자들의 문화 충돌에 눈뜨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고 21세기 세계 경제의 도전에 강렬하고 시기적절하게 대응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미중 노동자가 이질적 문화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중국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호평 덕분에 넷플릭스가 이 영화의 배급권을 사들여 지난달 21일부터 상영했을 때는 9.0의 평점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2014년 이후 매년 최소 1편 이상의 영화를 최우수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렸다는 점, 그리고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대중들의 인기 등을 감안할 때 오스카상 수상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게 미국 영화평론계의 평가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콘텐츠 제작 행진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오바마 부부와 넷플릭스는 올 4월 오바마 부부와 제작할 일곱 가지 주제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각료 임명 과정을 다룬 마이클 루이스의 책 ‘다섯 번째 위험’을 각색한 작품, 1800년대 사회개혁자였던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전기 영화, 전후 뉴욕 패션계에 관한 드라마 시리즈 등이 포함돼 있다.
오바마는 영화가 아닌 분야의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올 6월에는 하이그라운드프로덕션을 통해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와 팟캐스트 시리즈를 제작하는 계약을 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팟캐스트가 “생산적인 대화를 육성하고 사람들이 미소 짓거나 생각하도록 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오바마 부부는 내년 출간을 목표로 대통령 회고록을 6,000만달러에 계약한 상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책을 훨씬 뛰어넘는다면서 지난달 소셜미디어 계정에 여름 독서 목록과 음악 청취 리스트를 올려 큰 관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