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빛의 과거] 내가 기억하는 '진짜 나'는 존재할까

■은희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은희경 작가가 ‘태연한 인생’ 이후 7년 만에 장편 소설 ‘빛의 과거’를 내놨다. 신작 역시 여성의 내밀한 심리 묘사에 탁월한 작가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소설은 중년 여성 김유경이 오랜 친구인 김희진의 ‘지금은 없는 공주들 위하여’를 읽으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대학 동창으로 오래 알아온 사이이지만 ‘절친’이라거나 좋아하는 친구라고 할 수 없는 ‘지인’에 가깝다. 유경은 기숙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을 통해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기억을 되짚는다. 1977년 3월 신입생 환영회, 첫 미팅, 축제, 가을의 오픈 하우스 행사 등 주요 사건들을 둘러싼 유경과 희진의 기억은 서로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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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기억도 온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유경은 혼돈스럽다. 이처럼 정확하지 않은 기억을 통해 유경은 서로 다르게 적힌 시간과 마주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다르게 기억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고, 아픈 기억 몇개쯤은 나를 위해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또 소설은 독재정권이 만든 폭압의 시대를 성찰하는 한편, 여대 기숙사라는 공간에서 만난 여성들이 미묘한 관계를 통해 우리 ‘다름’과 ‘섞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1만4,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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